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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5-11-30 20:06
죄 하나 짊어지고
 글쓴이 : 박종영
조회 : 3,372  
죄 하나 짊어지고

소설小雪 날
남은 가을빛 데리고 산을 찾았다.
잎버리고 발가벗은
나무숲을 만지며 눈을감으니
얇은 눈발이 발아래 소리 없이
그리움을 들춘다.

한 여름 번들대던
굴참나무가 몸을 움츠린다.
따라 졸참나무도 허리를 낮춘다.
어느 동행이 건네는 말,
“겨울 폭포는 차가운 여인의 눈물 같은 것이라고”
그 소리,
외면하고 흘러가는 물길
푸른 이끼가 산 바위를 안아 영롱하게 푸르다.
이내 식어가는 빈 마음에
변명처럼 채워지는 산 기운,
그리운 임의 숨결로 훈훈하다.

한참을 오르니
말라붙어 까슬까슬한 청 단풍,
맨몸으로 버티고 선 물푸레나무 검은 가지
새움을 준비하는가?
소설小雪 날에 무위로 찾아와 겨울산을 오르는 길
감히 적멸보궁의 길인 듯,
허둥댐을 멈추고 빠져나가는 목숨이
한 줌 티끌처럼 촘촘하게 박힌다.

그때마다 산울림으로
죄 하나씩 짊어지고 오르는 구름 같은 사람들.

글/박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