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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3-06 12:51
구불과 염불
 글쓴이 : 안병홍
조회 : 3,765  

 절에를 가면 무슨 의식이 있거나 행사가 있을 때는 석가모니불 정근이든지 관세음보살 정근이든지 염불을 하는데 이 염불이 나에게는 큰 문제다. 왜냐하면 염불이 전혀 잘되지 않고 그저 입만 달 삭 거리고 있는 것이다. 염불을 하는 도중에 다른 사람들을 보면 모두 열심히 염불을 하고 있는데 내 경우는 이 염불이 전혀 잘되지 않고 입만 달 삭 거리고 있는 것이다.

 목탁을 치고 있는 스님의 목탁 치는 소리가 왜 저럴까 좀 땅땅 처서 참석자들이 정신이 뻔쩍 나서 열심히 따라하도록 해주지 않고 왜 저렇게 탕탕 치고 있을까 라든지, 아니면 목소리를 좀 크게 내어서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해주시든지 라든지, 저 스님의 염불소리가 자자지는 걸 보니까 염불 속에 빠져 들었는가 보다 라고 생가하고 있든지, 아니면 보고서의 연구내용을 먼저 논문으로 투고하고 심포지엄용 원고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보고서의 원고를 먼저 논문으로 투고한 다음에 쓰기로 생각한다든지, 아니면 옆에 있는 저 보살님은 무슨 소원이 있길래 저렇게 열심히 염불을 하고 있을까 라든지, 아니면 또 저 보살님은 얼마나 소원이 간절 하길래 법당바닥에 엎드려서 일어날 줄 모를까 라든지, 아니면 저 보살님은 이제 사 오는 구나 식은 벌써 진행되고 있는 데 무엇이 바빠서 이제 사 올까 좀 일찍 오지 않고 라든지, 옆에서 무엇이 조금만 소리가 나도 그 쪽으로 생각이 가고 염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무튼 내 생각은 잠시를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무엇이 그리 바쁜지 동서남북 사방을 다니고 있다.

 그러다가 미안한 생각이 드는지 잠시 염불을 하다가 또 밖으로 나간다. 염불을 하는가 싶어 찾아보면 어느새 밖으로 나가고 없는 것이다. 내가 전에 다녔던 곳이나 또는 내가 현재하고 있는 일들이나 등등 모든 것들을 조금도 거침없이 참견하고 있는 것이다. 염불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는 것 같다.

 내 생각은 내 머리 속을 빠져 나가고 또 들어오는데 조금도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 입과 생각이 하나로 되어 염불을 해야 염불을 하는 보람이 있을 것 같고 또 효험도 있을 것 같은 데 절에를 제법 몇 년 다녔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에도 이 지경이니 앞으로 얼마를 더 다녀야 그때쯤 입과 생각이 하나가 되어 염불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내 몸만 절에를 다니고 있는 것이지 내 마음은 몸둥아리를 절에 남겨 놓은 채 어디로 가고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없는 자동차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리 자동차가 좋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운전기사가 없는 데. 운전기사와 자동차가 한마음이 되어 차를 잘 운전해야 교통사고를 내지 않고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고 좋은 운전기사가 될 것 같다. 시간이 나면 금강경을 읽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데 한 삼십 분이나 걸리는가. 이 삼 심 분만이라도 머리로는 경을 생각하면서 눈으로는 경을 보고 입으로는 경을 읽어야 될 퇸데 눈 따로 입 따로 읽고, 생각은 어디로 가고 없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구불을 하고 있다. 언제 입과 생각이 하나가 되어 제대로 된 염불을 한번만이라도 할 수 있을까. 딱 한 번만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