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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5-13 10:31
수백송이 연꽃은 그냥 핀 것이 아닙니다/시
 글쓴이 : 이은심
조회 : 3,497  
1.

분합 뚜껑 열어
심향!

줄 수도
안 줄 수도 없는
똘똘 뭉친 연밥,

발산기
청록빛 숲자락의
스스로 넓어지는 연못

어느 틈에 돌아와
손 내미는 너의 젖은 눈망울 속으로

꽃사슴 거니는
햇살 좋은 숲이 아른거리고


2.

분합 속
그치지 않는 가녀린 울음소리에
스르르 절로 열리는 뚜껑,

차곡차곡 쟁여둔 꽃잎이
묘향을 흩어
보드란 살빛이 빛난다

심심한 표정들 틈새
스을쩍 끼워지는 화두!

수행승 먹빛 옷자락이
펄럭거리는 아침숲에
태고의 햇살이 쏟아진다

3.

심심한 향으로
타오르소서

머언 숲
청록빛 옷자락 펼치고
너럭바위 걸터 앉아
명상에 든 님이시여

비치어린 눈동자 속
막 돋아나려 근지러운 뿔싹
나뭇가지에 부시럭부시럭 긁어대는 꽃사슴
가엾은 모습을 보시고

허어!

흔들리는 주렴
어른거리는 햇살
너울거리는 숲자락 뒤

정향으로
홀로 타오르소서

4.

산을 오르고
마을로 나려 오며
님의 눈빛은 여러 번 무르익어
금강의 빛이 단단히 서리었습니다

마을 언저리 못 속에는
수백 수천송이 연꽃 절로 피어나
옛스런 하늘 향해 손짓하고
못물 속으로 잡아 이끕니다

산과 마을 오르내리느라
다리에 힘살 오른 님은
물과 뭍 사이 오갈 수 있는 지
밤별에게 물어 보던 날에 물 속으로 발을 미끌!

그 통에 님이 무슨 씨앗을 뿌렸는 지
밤새 못물이 부글거리더니
여기저기 꽃씨 터지는 소리
수백 수천송이 연꽃은 절로 핀 것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