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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나의 인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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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한인섭 2014년 07월 389호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 둥실둥실 뭉쳐 있고 바람 불어오니
마치 가을로 접어드는 날씨로 착각하게 된다.

법정 스님 책을 읽다가 인과관계因果關係에 얽힌 업業에 대한 글을 읽다가 문득 내가 한쪽 눈을 실명失明하게 된 연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때는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로 기억된다.
그 당시에는 나뭇가지를 꺾어 노란 고무줄 양쪽에 묶어 새총을 만들고서 온 천지에 있는 참새들을 잡는 놀이가 일상적이면서 아주 재미있는 놀이였다.
어느 날인가?
그 날도 새총놀이를 하고 있는데, 뒷집의 지붕 꼭대기 끝에 앉아 있는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발견 즉시 행여나 날아갈까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억누르고 반사적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조준하여 돌멩이를 날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조준한 돌이 참새에 정확히 맞아 반대쪽 지붕으로 튕겨 넘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게 되었다. 그때 명사수 형도 주변에 있었는데, 내가 참새를 맞힌 순간 너무도 좋아 형에게 큰 소리로 형을 부르며 자랑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내가 맞힌 참새는 지붕 뒤쪽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주울 방법은 없었기에 안타깝긴 하였지만 나의 실력에 고무된 채 또 다른 참새 사냥을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뒷집에서 여러 마리의 참새가 동시에 짹짹거리는 소리가 담 너머로 들려왔다. 아주 시끄러울 정도로 들려왔다.
옳거니! 기회다 싶어 숨을 죽이며 뒷집 담 쪽으로 가 담장을 넘겨다보는 순간, 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뒷집 마당에 참새들이 새까맣게 원을 그리고 모여 짹짹거리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에는 왼쪽 눈에서 피를 흘리며 꼼짝하지 않고 있는 참새 한 마리가 있는 것이었다. 다른 참새들은 이를 보고 안타까워 울고 있었던 것이다.
피를 흘리고 있는 눈은 분명 참새의 왼쪽 눈이었다. 내가 새총으로 조준하였을 때 참새의 부리가 왼쪽으로 향해 있었으니, 그 참새는 내가 맞힌 참새가 분명한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그를 알아차린 순간 나는 새총을 놓아버리고 담 밑으로 쪼그려 앉았던 것으로 기억되며, 그 충격으로 그날 이후로는 내 손에 새총이란 것을 쥐어본 기억이 없다. 그 때 어린 내가 받았던 충격은 너무나도 커 지금까지도 박혀 남아 있다. 아마 내 두 눈을 감을 때까지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내가 왜 한 쪽 눈을 실명하게 되었을까?
그것도 왼쪽 눈을….
이는 아마도 동료 참새의 아픔을 보고 울고 있던 참새들이 나에게 대놓고 이야기 하지는 못했겠지만, 그때 나를 원망하고 한을 품었던 업이 인과관계로 나에게 온 것이라 생각한다.
실명한지 정확히 32년 3개월이 된 것 같다.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린 뒤 다쳤을 당시의 상황과 실명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당황을 했던가. 또 그 이후 동태 눈처럼 된 왼쪽 눈 때문에 얼마나 많은 말 못할 컴플렉스에 시달렸던가. 그러면서도 왜 하필이면 나에게 왜 이런 시련과 장애라는 상황이 평생 붙어 다녀야 하는지 원망하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한 적도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야 그 답을 알게 되었다.
참새들의 원망이 실명이란 고통의 업으로 그대로 나에게 되돌아온 것이다. 누가 다른 사람이 내 눈을 실명케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눈을 찌른 것이나 마찬가지임을 오늘에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어릴 적 참새에게 준 고통을 잊어버리고 살지는 않았었다. 지금도 참새들을 보면 그 때가 생각나 항상 미안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때의 일이 내 눈을 다치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솔직히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일 이후 부처님을 하루라도 빨리 접하게 되어 “부디 다음 생에는 좋은 몸 받아 다시 태어나길 기원합니다!” 참회기도를 잊지 않았다면 나에게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다 지나간 과거의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진심으로 참회하고 참회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그 참새 육신은 사라졌더라도 영혼만은 살아 있어 다음 생에는 좋은 인연을 받아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기도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나도 요즘 이 한 생각으로 그 동안의 엉뚱한 여러 생각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참회하는데 32년이나 걸리다니….
현재 나는 자연을 무척 사랑하며, 자연 속 전원주택에서 직장 다니며 여생을 보내려는 준비를 끝마쳤다.
남은 생은 어느 누구, 하찮은 미물에게라도 고통을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남의 고통을 덜어주고 배려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우리 집에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수많은 참새 가족들이 마당 소나무 가지에, 앞집 처마에 앉아 짹짹거리며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살생중죄금일참회!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
나무지장보살마하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