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에 뭉게구름 둥실둥실 뭉쳐 있고 바람 불어오니 법정 스님 책을 읽다가 인과관계因果關係에 얽힌 업業에 대한 글을 읽다가 문득 내가 한쪽 눈을 실명失明하게 된 연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때는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로 기억된다.
그 당시에는 나뭇가지를 꺾어 노란 고무줄 양쪽에 묶어 새총을 만들고서 온 천지에 있는 참새들을 잡는 놀이가 일상적이면서 아주 재미있는 놀이였다.
어느 날인가?
그 날도 새총놀이를 하고 있는데, 뒷집의 지붕 꼭대기 끝에 앉아 있는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발견 즉시 행여나 날아갈까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억누르고 반사적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조준하여 돌멩이를 날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조준한 돌이 참새에 정확히 맞아 반대쪽 지붕으로 튕겨 넘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게 되었다. 그때 명사수 형도 주변에 있었는데, 내가 참새를 맞힌 순간 너무도 좋아 형에게 큰 소리로 형을 부르며 자랑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내가 맞힌 참새는 지붕 뒤쪽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주울 방법은 없었기에 안타깝긴 하였지만 나의 실력에 고무된 채 또 다른 참새 사냥을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뒷집에서 여러 마리의 참새가 동시에 짹짹거리는 소리가 담 너머로 들려왔다. 아주 시끄러울 정도로 들려왔다.
옳거니! 기회다 싶어 숨을 죽이며 뒷집 담 쪽으로 가 담장을 넘겨다보는 순간, 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뒷집 마당에 참새들이 새까맣게 원을 그리고 모여 짹짹거리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에는 왼쪽 눈에서 피를 흘리며 꼼짝하지 않고 있는 참새 한 마리가 있는 것이었다. 다른 참새들은 이를 보고 안타까워 울고 있었던 것이다.
피를 흘리고 있는 눈은 분명 참새의 왼쪽 눈이었다. 내가 새총으로 조준하였을 때 참새의 부리가 왼쪽으로 향해 있었으니, 그 참새는 내가 맞힌 참새가 분명한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그를 알아차린 순간 나는 새총을 놓아버리고 담 밑으로 쪼그려 앉았던 것으로 기억되며, 그 충격으로 그날 이후로는 내 손에 새총이란 것을 쥐어본 기억이 없다. 그 때 어린 내가 받았던 충격은 너무나도 커 지금까지도 박혀 남아 있다. 아마 내 두 눈을 감을 때까지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내가 왜 한 쪽 눈을 실명하게 되었을까?
그것도 왼쪽 눈을….
이는 아마도 동료 참새의 아픔을 보고 울고 있던 참새들이 나에게 대놓고 이야기 하지는 못했겠지만, 그때 나를 원망하고 한을 품었던 업이 인과관계로 나에게 온 것이라 생각한다.
실명한지 정확히 32년 3개월이 된 것 같다.
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린 뒤 다쳤을 당시의 상황과 실명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당황을 했던가. 또 그 이후 동태 눈처럼 된 왼쪽 눈 때문에 얼마나 많은 말 못할 컴플렉스에 시달렸던가. 그러면서도 왜 하필이면 나에게 왜 이런 시련과 장애라는 상황이 평생 붙어 다녀야 하는지 원망하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한 적도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야 그 답을 알게 되었다.
참새들의 원망이 실명이란 고통의 업으로 그대로 나에게 되돌아온 것이다. 누가 다른 사람이 내 눈을 실명케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눈을 찌른 것이나 마찬가지임을 오늘에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어릴 적 참새에게 준 고통을 잊어버리고 살지는 않았었다. 지금도 참새들을 보면 그 때가 생각나 항상 미안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때의 일이 내 눈을 다치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솔직히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일 이후 부처님을 하루라도 빨리 접하게 되어 “부디 다음 생에는 좋은 몸 받아 다시 태어나길 기원합니다!” 참회기도를 잊지 않았다면 나에게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다 지나간 과거의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진심으로 참회하고 참회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그 참새 육신은 사라졌더라도 영혼만은 살아 있어 다음 생에는 좋은 인연을 받아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기도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나도 요즘 이 한 생각으로 그 동안의 엉뚱한 여러 생각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참회하는데 32년이나 걸리다니….
현재 나는 자연을 무척 사랑하며, 자연 속 전원주택에서 직장 다니며 여생을 보내려는 준비를 끝마쳤다.
남은 생은 어느 누구, 하찮은 미물에게라도 고통을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남의 고통을 덜어주고 배려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우리 집에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수많은 참새 가족들이 마당 소나무 가지에, 앞집 처마에 앉아 짹짹거리며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살생중죄금일참회!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
나무지장보살마하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