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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숨겨진 보석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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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김선주 2026년 09월 535호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를 찬란하게 꽃피운 불교문화와 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미얀마는 불자들에게 더없이 특별한 나라이다. 수 만개의 사원과 탑으로 이루어진 불탑의 나라, 온 국민이 불교와 함께 호흡하며, 인구의 약 90%가 불교 신도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불교 국가이다. 아웅산 테러, 군사독재와 수지 여사가 선뜻 국가의 이미지로 떠오르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은 오랜 세월 그들의 가슴 속에 심어진 튼튼한 불심이 자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진 것 없이도 마음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 동방의 숨겨진 보석을 찾아 남방불교의 선불장 마하시선원과 미얀마의 상징 쉐다곤파고다가 자리한 양곤을 다녀왔다.
미얀마 불교는 화두선을 중심으로 하는 참선 수행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 선불교와는 다르게 몸의 느낌을 주시하여 마음으로 그 순간을 알아차리고 관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의 종주국으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 중심에 마하시선원이 있다.
마하시선원은 위빠사나 수행을 체계화해 국민들에게 대중화시킨 마하시 선사가 정부의 지원을 얻어 운영한 전통적인 선원으로 미얀마 불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400여 개의 분원을 두고 있는 마하시 선원은 최대 5,000명이 수행할 수 있는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종교와 인종, 국적에 상관없이 오후 불식과 묵언 등 선원에서 지정한 8가지 계율을 철
저히 지키면 누구나 수행에 참여할 수 있다.
새벽 3시에 시작되는 마하시선원의 하루 일과는 공양시간을 제외하고 좌선과 행선을 1시간씩 번갈아 반복하며 밤11시까지 이어진다. 수행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도스님과 매일 또는 2~3일 간격의 상담을 통해 자신이 바르게 수행하고 있는지, 수행의 장애들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등의 수행 상태를 철저하게 점검 받아야 하지만 그 외 누구의 간섭이나 통제는 전혀 없는 철저한 자율 수행이다. 수행기간 동안 숙식은 무료로 제공되며, 공양은 탁발이나 보시 받은 공양물로 육
식과 채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나 오후 불식으로 정오 이후에는 씹는 음식은 먹을 수 없다. 스님들의 탁발 행렬이 장관을 이루는 이른 아침, 불자들은 스님들에게 공양을 보시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나는 없다. 그러므로 나의 것도 없다’고 하는 미얀마 스님들의 무소유의 삶과 나눔을 보여주는 탁발 행렬은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운 감동을 자아낸다.
미얀마의 상징인 쉐다곤파고다는 약 2,500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처님 생존시에 세워진 탑이다. 부처님의 깨달은 소식을 들은 미얀마의 두 형제는 제일 먼저 보리수 아래로 달려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답례로 부처님은 여덟 발의 머리카락을 내렸다. 미얀마 왕에게 전해진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봉안하기 위해 건립된 탑이 쉐다곤파고다이다.
쉐다곤은‘황금의 언덕’이란 뜻이다. 탑을 세우기전, 언덕을 만들기 위해 흙을 퍼 올린 자리에 깐도지 인공호수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작은 불탑이었던 쉐다곤파고다는 수많은 왕조를 거치며 증축을 거듭해 둘레 426m, 높이 99m의 거대한 불탑이 되었다. 황금 덩어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웅장한 외관과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 수천여개의 각종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수천 명이 머물러도 넉넉해 보이는 엄청난 공간과 거대한 규모에 기하학적인 균형미가 더해진 쉐다곤파고다는 황금 불탑의 나라 미얀마의 자존심이다. 미얀마 정부에서는 4
년에 한 번씩 국가행사로 개금불사를 진행하며, 개금불사에 사용되는 금의 양은 약 7톤에 달한다고 한다.
주변에는 60여개의 크고 작은 불탑과 80여개의 법당이 둘러싸고 있으며, 전력이 부족한 미얀마에서 유일하게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하며, 맨발로만 입장이 가능하다.
미얀마에서 사원은 단순히 종교시설의 역할을 넘어 교육과 복지, 문화시설의 역할도 겸하고 있어 종교활동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며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스스럼없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모든 분야는 불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불교는 그들의 삶 자체이며 정신세계의 근원이다.
선한 눈망울과 순수한 미소가 반겨주는 신비의 땅, 어디를 가든지 황금 옷을 걸친 부처님과 탑이 있었고, 사람들은 어김없이 무릎 꿇고 기도했다. 기도하는 저편에 연인들은 사랑을 키우고, 가족들은 모여 도시락도 먹고 낮잠도 잔다. 경건함과 천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사람들, 아름다움과 감동이 함께 다가오는 미얀마는 전 국토가 거대한 가람이었으며 전 국민이 수행자였다. 가난한 나라, 그러나 마음이 진정 부처인 나라, 느닷없이 들이미는 카메라에도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들,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잣대는 부자가 아니라 바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