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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거스른 향기, 성륜사 금강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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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김선주 2026년 09월 535호

탁 탁 탁, 입승스님의 죽비 세 방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잠재운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 속에 죽비를 치는 입승스님은 어떤 마음 일까? 마음자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공부 챙김일까? 아니면 수행 도반들을 잘 이끌어야 할 거듭된 다짐일까? 손 때 묻은 죽비에서 청화스님의 고운 미소가 동그랗게 피어오른다. 허름한 좌복 위에 몸을 의지한 채, 우주의 진리를 장악하려는 선객들의 단호한 눈빛 속에 오늘 지금 이 순간만 있을 뿐, 내일이란 없다. 혹여, 잡아둔 화두가 달아날까 미동조차 않으며 내면의 전쟁이 벌어진 선방 안은 범접하지 못할 위압감이 느껴진다. ‘모기가 무쇠 솥을 뚫는다’는 선가의 금언처럼 진리에 다가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법에 대한 목마름이 절절하다.

전남 곡성군 옥과면 설령산 자락에 위치한 성륜사는 염불선을 주창한 무주당 청화 스님(1924~2003)의 원력으로 1990년에 창건된 절이다. 현 성륜사 자리에 미술관을 짓고, 제자를 양성하던 아산 조방원 화백이 기증한 10만평 땅에 대상그룹의 전각 불사로 도량이 완성되었다. 20여년의 짧은 역사를 지녔으나, 천년의 세월보다 더 고귀한 선승, 청화 스님이 주석하며 염불선의 선풍을 진작시킨 도량이다.

청화 스님은 염불선에 대해 \"내가 부처님을 믿는 그 마음이 바로 염불선입니다. 밖에서 부처를 구하면 단순히 복을 비는 방편 염불에 지나지 않지만 대상을 떠나 본체를 부처로 설정하고서 안에서 구하면 그것이 바로 염불선이 되지요. 자기 마음이 바로 부처요, 만법이 본래 부처일 때는 바로 선禪 인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어미 닭이 달걀을 품듯이 빈틈없이 틀어쥔 상태의 수행인데 지, 정, 의 모두를 요하는 회통의 방법” 이라고 명료하게 설명하였다. 또한 “염불에 화두를 붙여 \'염불하는 자가 누구인가?\'를 참구하는 방법과 본래의 자성이 부처라는 확신을 갖고 부처님의 법신을 관하는 ‘실상염불實相念佛’이 화두선과 다름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동안 자기의 마음이 정화되고, 자기의 마음이 정화되면 우주도 정화된다”고 하신 청화 스님은 불자들에게 어느 한 수행법만을 강조하지 않고, 개인의 근기에 맞춰 참선, 염불, 묵조선, 주력 등으로 정진할 것을 권유하였다.

청화 스님은 속세의 시간을 외면하고 40여년 산중 토굴 정진과 장좌불와, 일종식의 철저한 수행과 무소유를 실천한 당대의 대표적 선승이다. 끝없는 고행과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수행으로 자신을 다스렸지만 타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맑은 자애가 넘치는 곧고도 부드러운 진정한 수행자이다. 입적하기 전까지 자신의 빨래와 방청소를 손수하며 청빈한 구도자의 인품을 솔선수범으로 보여주었다. 청화스님에게는 모든 사람이 부처님의 제자이며 도반이었기에 누가 찾아와도 언제나 맞절로 맞이하고 제자나 신도에게도 말을 낮추지 않는 겸손한 인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다.

성륜사 금강선원은 청하 스님의 제자들이 역할을 나누어 불사를 진행하여 1998년 동안거에 선원을 개원하였다. 금강선원이 청화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공간이긴 하지만 정진하는 스님들이 모두 염불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간화선이든 염불선이든 수행자의 인연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공부를 지어간다. 매 철마다 10명의 선객이 방부를 들이는 금강선원은 건강이 안 좋은 분을 배려하여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정진 하지만, 개인의 근기와 컨디션에 따라 가행을 하거나 용맹을 하고 싶으면 자율정진을 할 수 있도록 24시간 큰방을 열어두고 있다. 선객들이 안정적으로 수행에 전념 할 수 있도록 10실의 방사를 두어 독립된 공간을 배정하고 있다,

“이 모두가 수행자의 어려움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청화 스님의 가풍에 따른 것”이라는 명원 스님은 청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수년째 금강선원의 입승 소임을 맡고 있다.
“법에 집착하게 되면 그것은 속박이고 굴레이기 때문에 다른 법은 인정하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법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법집法執에 매달리지 말 것을 강조하신 스승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명원 스님의 온화한 음성과 절제된 언어에서 스승의 고결한 인품과 수행가풍이 그대로 전해진다.

설화처럼 전해지는 청화 스님의 초인적인 수행과 하심, 청빈한 삶을 머릿속 캔퍼스에 펼치자 갈등 속에 헤매던 혼탁한 마음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비벼대는 대나무 잎새들과 청아한 법음이 하모니를 이루고, 마당 한가운데로 슬그머니 걸어 들어온 겨울햇살도 맑은 미소로 선승의 향훈을 드리운다.
청화 스님의 고귀한 인품과 큰 가르침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지혜의 꽃을 피우고, 지혜의 꽃이 뿜어내는 진리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온 세상으로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