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바람이 꽃길을 쓸고 지나간 자리에 화사한 꽃잎을 껴안은 연둣빛 바람이 또 다시 꽃비를 뿌린다. 자신의 빛깔을 내기 위해 겨우내 채웠던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내는 봄의 향연, 남김없이 주는 것에 마냥 기쁨을 누리는 자연의 이야기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자연이 전하는 내면의 향기에 가슴을 열고, 내 안의 봄마중을 재촉하며 용맹정진 선풍이 성성히 살아있는 오등선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어렵게 취재 허락을 얻어 찾아간 오등선원은 산철임에도 불구하고 깨침을 향한 구도의 열기는 한순간도 멈춤이 없다. 멈추어진 시간에 더욱 채찍을 가하며 구도심을 불태우는 24명의 선객들은 21일 동안 눕지도, 자지도 않는 용맹정진으로 걸림 없는 대자유를 찾아 나섰다. 하루 종일 좌복에 동여맨 화두로 뼈와 살을 깎아내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난한 깨달음의 여정에서 순항중이다. 힘을 다해 움켜진 활검의 끝을 자신에게 겨누고 백척간두에 홀로 선 절박한 순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엄습하는 선불장이다. 날카롭게 터지는 죽비 소리도 허공을 가르는 한 점 바람일 뿐, 구도자의 형형한 눈빛에서 쏟아지는 서슬 퍼런 선기와 침묵의 장중한 무게감이 법계의 깊은 울림으로 전해온다.
오등선원의 소임자도 조석으로 큰방 정진에 동참을 원칙으로 하는 철저한 기준과 ‘결안이 풀어지거나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일 시에는 경책에 절대 순응해야 한다. 경책을 거부하거나 허락 없이 30분 이상 좌복을 비웠을 시는 퇴방 조치한다. 혼 침이 심할 경우 무릎을 꿇거나 장궤 또는 일어서서 정진할 수 있다’는 청규를 바탕으로 용맹정진 도량의 엄격한 가풍을 정립하고 있다.
학림사는 출가자 수행공간인 오등선원과 재가 불자와 일반 수행자를 위한 시민선원(2001년)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다. 전국 선원 중 유일하게 5년 연속 100일 용맹정진을 거듭하여 선풍을 진작 시켜온 오등선원은 좌복을 지키며 선객들과 함께 정진 하시는 조실스님의 직접적인 경책과 빈틈없는 공부점검을 받을 수 있어 늘 입방자가 줄을 선다.
동안거 결제 시, 하루18시간 이상 좌선하는 용맹정진과 산철 결제 시, 21일 용맹정진, 사부대중 7일 특별용맹정진 등, 진리의 세계를 향한 구도의 열정이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수행도량이다.
선의 대중화를 위한 대원 스님의 원력으로 개원한 시민선원은 일 년에 4회씩 실시하는 용맹정진으로 소문난 선방이다. 특히 사부대중이 설법전에서 함께 정진하는 7일 특별용맹정진은 자신의 공부자리 점검과 경책을 조실스님께 직접 받을 수 있어 수행에 큰 힘을 실어 주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또한, 공양시간을 제외한 하루 21시간씩 선방 스님들과 함께 정진하기 때문에 수행의지를 불태우는 신심 깊은 불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따끔한 경책으로 수행자의 공부를 다잡아 주시는 조실 대원 스님은 “참선 수행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에 대한 확신과 선지식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용맹심을 가지고 철저하게 밀어 붙이는 끈기가 필요하다. 그러면 번뇌 망상이 사라지고 헐떡이는 마음도 가라 앉아 화두가 자리 잡히게 된다. 그때부터는 공부하기가 쉬워지므로 큰 어려움 없이 마음공부를 지어갈수 있다.”
“무명 속에 가두어진 우리 중생은 권력이나 명예, 부를 축적할수록 한 쪽으로는 더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는 곳이 있다. 무명과 탐애로 덮어진 중생의 살림살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인가?’를 아는 지혜, 나를 바로 보고, 바로 아는 지혜를 증득해야 한다. 나를 바로 볼 수 있을 때, 중생심이 무너지고 보살의 마음이 발로 되어 세상을 살아가는 판도가 달라지게 된다.”
자기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최고의 선물은 자기 자신과의 만남임을 일깨워주시는 스님의 법음이 온 세상을 소리 없이 흔들어 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