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동쪽에 자리한 월정사는 문수보살을 친견하고자 초암을 짓고 머물던 자장율사에 의해 643년(선덕여왕 12)에 창건 되었다. 산문을 연 이래 자장, 나옹, 사명, 경허, 수월, 한암 선사 등, 기라성 같은 선승들이 머물렀으며, 근세에 유불선을 회통한 동양 최고의 대석학이자 화엄의 꽃을 피운 대강백, 탄허 스님이 정진하며 후학을 지도하였던 유서 깊은 수행도량이다.
한암 선사의 법맥을 계승한 탄허 스님은 신화엄경합론을 비롯하여 70여권의 방대한 경전을 역경 주석하여 근대불교 교육의 근간을 이루었다. 최고의 지성인을 길러내기 위해 개설한 오대산 수련원에는 수행자 뿐 아니라 수 많은 학자들이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왔다.
“참선은 경전을 보아야 깊은 종지를 체득할수 있으며, 교는 참선을 통해 더욱 깊게 이해할수 있다.”는 스님은 선교 일치의 수행으로 넓은 안목에서 진리를 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 민족이 미래 세계 정신문화의 주역이 될것을 예견하고, 그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지도적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에 큰 중점을 두었다. “법당 백채 짓는 것 보다, 훌륭한 인재 한명 배출하는 것이 한국불교와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인재가 되라”고 후학을 깨우며 불교의 미래를 위해 인재 불사에 큰 힘을 기울였다.
만월선원滿月禪院은 옛 금강선원의 맥을 되살리고 한암 선사의 수행가풍을 진작시키기 위해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의 원력으로 2008년 10월 개원하였다. 오대산의 동쪽을 이르는 만월산을 상징하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만월선원은 선방을 비롯해 조실채, 요사채, 부대시설 등 6개 동의 전각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여름 치열한 용맹정진의 열기로 뜨겁게 달구어졌던 선원은 깊은 침묵에 들었으나, 방산굴에서 울려 나오는 탄허 스님의 쟁쟁한 법음이 선방을 훤히 밝히고 있다. 참 진리의 길에 지름길은 없다고 했다. 아직 떠나지 못하고 화두와의 끝없는 도전으로 재결투에 나선 선객의 좌복위에 차디찬 선기가 가득하다. 깨끗이 정리된 좌복들은 동중 공부에 나선 주인의 마음 걸망에 채워진 보름달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오대산 다섯 봉우리가 피워낸 연꽃속에서 또 하나의 영원히 시들지 않는 화중생련의 꽃봉오리가 맺어진 만월선원이다.
만월선원은 안거철에 18명의 선객이 하루 8시간 좌선과 새벽 1시간 참선요가로 수행자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특징이다. 일과 수행이 하나로 이루어진 농경 사회에서는 울력이 필수로 주어졌으나, 사중의 농사 일이 거의 사라진 오늘날 환경의 변화로 요가를 통해 수행자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수행자의 건강을 위해서 참선과 요가를 한 프로그램 안에서 다루는 것이 효과적이며 선의 대중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주지 정념 스님은 재가자들의 참선 수행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모든 수행자는 깨달음의 완성이 가장 추구해야할 가치이다. 재가자들은 깨달음이 단번에 절실히 다가오지 않더라도, 참선을 하게되면 차츰 마음이 맑아지고 편안해지므로 번뇌를 다스리고 제어할수 있는 힘이 생긴다. 마음이 가벼워 지고, 욕심이 덜어질수록 익고 묵은 것이 쓰러지면 공부에 힘이 주어지고 분심이 강하게 일어난다. 그 속에서 선열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되면 믿음도 간절해지고 의정이 돈발된다. 간절한 믿음속에서 진의가 돈발 되면 깨달음이 멀리만 있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다가온다. 이때 오직 내 마음이 부처이고, 오로지 마음을 떠나서는 어떤 법도 진실이 아님을 분명히 아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 확신으로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아 용맹정진도 할 수 있는 큰 힘을 체득하게 된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물질 중심의 현대사회에 대해서 스님은 “과도한 경쟁과 집착으로 정체성을 잃고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힐링에 대한 욕구가 거세지고 있다. 명산대천의 좋은 환경과 전통적 문화 유산의 기반 위에 심신을 다스리고 치유할수 있는 선문화가 잘 계승되어 오고 있는 불교는 이런 시대적 요구에 적절히 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불교 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사찰은 나약해진 사람들을 보듬고 감싸 줄수 있는 지혜로운 공간으로 열어가야 한다. 세상이 불타는 집과 같더라도 불교는 그 속에서 연꽃을 피워낼수 있는 모습을 갖추어야 된다”고 하신다. 시종일관 만월처럼 맑고 밝은 미소를 뿜어내시는 스님의 진한 수행의 향이 오대산 문수성지를 감싸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