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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담은 사찰음식, 대성암 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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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글·사진 | 김선주 2026년 09월 535호
천년을 이어온 역사의 숨소리에 두 귀를 세우자 바람과 매화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금정산 자연향이 상쾌하게 마중에 나선다. 바위틈을 헤집고 나온 청량한 바람 한줄기가 또 한 송이 매화를 피워낸다. 맑고 따스한 봄볕이 보내는 잔잔한 선물에 한층 기운을 얻은 소나무의 연두빛 미소가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아름다운 봄날이다.

대성암은 기암괴석과 수려한 계곡을 자랑하는 금정산 기슭에 단정하게 들어서 있는 범어사의 산내 암자이다. 조선 숙종 6년(1680) 준영 스님이 창건하였으며, 1747년 극존 스님이 중수하였다. 한국전쟁으로 전각이 심하게 퇴락하였던 암자를 1987년 비구니 자행 스님이 도량을 넓히고 대대적인 중창불사를 시작하여 1991년 회항하였다. 약 2천 5백여 평의 대지 위에 76평 규모의 각해선림을 주축으로 지장전과 요사채를 ㅁ 자 형태로 구성하여 비구니 선원으로서 당당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대성암에 처음 선원 문이 열린 것은 1909년 10월 찬훈 스님이 16명의 납자들과 동안거 결제에 들면서 부터이다. 당시 범어사는 산내에 4곳의 선원을 두었으나 수행공간의 부족으로 범어사 주지 오성월 스님의 인가를 받아 선원을 창설하였다. 초기에는 대성선사大聖禪寺라는 명칭으로 개원하였으나 정화 이후 대성암 선원으로 개칭하였다.
그 후, 1955년 만공 스님의 법을 이은 비구니 만성萬性 스님이 주석하면서 비구니 수선납자를 제접하고 지도와 외호에 힘써 비구니 선 수행도량으로 명성을 알리게 되었다. 1960년에는 비구니계의 대종장 선경 스님이 수선 안거에 들었으며, 엄한 계율과 정진으로 비구니 납자를 양성하는 요람으로 드날리게 되었다.

만성 스님은 포교도 불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깨달음을 위한 자기 공부라며 오로지 참선 수행만을 강조하였다. 모든 수행을 무언의 실천으로 보여주며 납자들에게 용맹심을 불어 넣었던 만성 스님은 혼 침에 빠질까 염려되어 대성암에는 이불을 두지 않을 정도로 자신에게 철저하고 엄격하였으며, 평생을 수행과 후학의 탁마로 보냈다.

범어사 산내 암자의 중 유일한 비구니 수행도량인 대성암 선원은 크고 작은 바위가 절묘하게 주위를 감싸고 철옹성 같은 돌담으로 둘러싸여 한눈에 수행 도량임을 느끼게 한다.
대성암 각해선림의 일과는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입선과 방선, 공양 그리고 수면이 전부이다. 인위적으로 묵언을 하거나 침묵을 지키지 않더라도 모든 생활은 좌선을 중심으로 빈틈없이 이어진다. 새벽 3시 예불을 시작으로 오후 10시 취침 때까지 하루 10시간씩 정진하는 대성암 선원은 40여명의 납자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가행정진, 철야정진 등으로 수행 가풍을 이어가고 있다.
해제에 맞춰 죽비소리가 잦아든 산철이지만 납자에게 수행처가 따로 있을 수만은 없다. 선방이나 만행 길에서나 깨달음을 향한 구도의 길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해제는 깨달음을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이다. 운수납자들은 구름처럼 바람처럼 세상을 돌며, 자신을 점검하고 단련하면서 깨달음의 걸망을 채우기 위해 불성을 쫒고 있다.

고요한 평화가 잔잔히 깔린 마당 한가운데 무말랭이가 봄볕을 잡아당기고 있다. 요사채 툇마루에서도 고유의 전통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사찰음식의 전통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대성암은 한때 ‘먹자 대성암’이란 명성을 얻을 정도로 대중공양의 인기가 대단하였다.
사찰음식은 지극히 담백하고 소박하여 특별할 것이 없지만 자연의 맛과 향이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고 편안하게 다스려주는 수행식이다. 선가에서는 요리의 과정도 음식의 섭취도 마음속에 있는 번뇌와 티끌을 함께 쓸어내는 또 다른 수행의 방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찰음식에 깃든 생명존중의 정신과 철저한 수행정신을 버무려 대성암 전통을 이어가는 도감 성공스님은 옹기 속에서 무르익은 절집의 맛과 향을 담아 사찰음식 문화를 소담스레 꽃피우고 있다.

자연의 기운을 우려내고 수행자의 마음을 담은 사찰 고유의 향이 가득하다. 묵은 맛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소박한 밥상에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는 절집에 불어오는 바람과 맑은 물소리에 귀가 열린다. 담장 곁에서 쉼 없이 법음을 토해내고 있는 대성은수는 암자를 호위하며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고 있다. 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마음의 허리띠 동여매고 끊임없이 흘러 왔으리라. 속세에 끄달림 없이 오로지 외길 가는 맑은 법수에 출렁이던 가슴 잠재우고 고즈넉한 마음의 오솔길을 산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