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번잡함을 껴안은 초록 햇살이 수락산 허리를 감싸 안고 계절의 여왕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돌틈에 피어난 방글거리는 미소와 도량 가득 봄을 뿌리는 꽃내음이 옷소매를 잡고 살랑이며 달려든다. 흩날리는 꽃잎들은 초록 숲으로 발길을 재촉하지만 암자는 언제나 그렇듯 완벽한 고요로 나그네를 마중한다. 추녀 끝 풍경을 흔드는 고운 바람의 향기에 도시의 하늘도 마음도 청정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약사암이다.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자락에 위치한 약사암은 주지 성곡 스님의 속가 모친 방정순(만행)보살의
원력으로 창건된(1980년) 암자로서 용주사를 본사로 두고 있다. 성곡 스님은 살아생전 불심이 지극히 돈독했던 모친에 대해 불효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적립해두었던 수좌 복지기금을 출연하여 일심선원을 건립하였다.
오직 진리의 세계로 향한다는 상징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는 일심선원은 전강 선사를 조실로 모시고 선승의 가르침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동안거에 개원하여 일곱 안거를 치른 신생 선원으로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행 도량이나 수행의 열기는 제방의 여느 선원보다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6명의 구참 수좌를 중심으로 매 안거마다 12명이 정진에 드는 일심선원은 새벽 3시 전강 선사의 육성 녹음 법문을 들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50분 좌선과 10분 포행으로 하루 8시간씩 정진을 거듭하며, 세상의 번뇌 망상을 잿빛 좌복에 녹이는 내면의 용광로를 불태운다. 수행이란 돌덩어리에서 금을 추출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잡석은 녹여버리고, 정련된 순금만 뽑아내는 용광로처럼 마음의 황금을 정제하는 치열한 구도의 현장이다.
일심선원의 청규는 특이하다.
‘가불가자율안횡비직구입출可不可自律眼橫鼻直口入出 수행자로서 기본은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하고, 하지 않는 것은 자율에 맡긴다.’
수행자에게 지켜야 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심선원의 청규이다. 조계종 선원청규에 기본을두고, 정진시간은 일정에 따라 철저하게 지켜지지만, 그 외 모든 것은 자율적이다. 대중에게 누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 지켜야 하는 자율은, 오히려 자기 구속이 될 수도 있으나, 서로에게 시시비비를 끊어 자유로운 수행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
일심선원의 운영방법 또한 특이하다. 대다수의 수좌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중공양금을 받지 않는다. 순수하게 정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수좌 본사에서 보내는 공양금은 물론, 신도들의 보시금도 수좌 개인이 관리하고, 사중에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제방 선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운영 방법을 채택하고 있어 한번 안거에 들었던 수좌라면 3~4철을 거듭해서 방부를 들이기도 한다.
수행으로 다져진 군더더기 없는 수좌의 기품으로,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참된 행복임을 일깨워주는 성곡 스님은 5년 전부터 노원구 복지위원으로서 이웃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으로 자비를 실천하며, 지역사회에 불교의 신뢰를 넓혀가고 있다.
여법한 법당도 없이 선원부터 건립하며 오직 수좌의 수행과 복지에 심혈을 기울이는 스님은 부모은중경을 모시고 빈자일등의 정성으로 선원 외호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하여 특별한 지리적 요건을 갖춘 약사암에서는 제방 선원에서 정진 중인 수좌들의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해 객사를 개방하고 있다. 병원이나 교육 등의 사유로 상경하여 처소를 얻기 어려운 수좌들이 약사암에 머무르면서 용무를 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서 열흘은 언제든 가능하며 미리 방부를 들이면 한 달 이상 장기로 머물 수도 있다.
예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문명과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사람들은 왜 불행하다고 느끼는지, 청정한 수행도량에서 내면을 파고드는, 정신적 고뇌와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등의 벽을 허물고, 내려놓음으로서 하나 되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