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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미래를 깨운다, 회룡사 회룡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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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글·사진 | 김선주 2026년 09월 535호
푸른 숲과 맑은 계곡을 껴안은 도봉산이 입을 열자, 연한 바람을 품은 들꽃 향이 반가이 마중에 나선다. 숲속에서 달려오는 산새소리에 청량한 계곡물도 졸졸거리며 발자국을 쫓아온다. 계절이 풀어 놓은 초록의 향연 위에 형형색색으로 피어난 산사의 향기가 마음을 출렁이게 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연등 꽃, 그 화려한 꽃줄기 끝에 절하나 사뿐히 내려 앉아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도봉산 자락의 회룡사이다.

조선 건국의 역사와 깊은 인연이 전해지는 회룡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681) 의상조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창건 당시는 법성사로 불렸으나, 고려 말 회룡사를 중창한 무학대사가 이성계와 함께 머물며 개국 성취를 위한 기도를 하였다. 조선 건국 후, 왕이 된 이성계가 다시 찾으면서 용이 돌아온 절이란 의미로 회룡사回龍寺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전소 되었던 회룡사는 비구니 도준 스님(1900-1997)의 뛰어난 기지와 지혜로 복원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폐허가 된 회룡사 중창 불사의 원력을 세운 도준 스님은 미군 대장을 찾아가 ‘당신들이 절을 불태웠으니 복구를 해주던지, 불사에 필요한 목재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여 미군 부대에서 제공한 목재로 사찰의 면모를 갖추었다.

회룡선원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정진하는 주경야선晝耕夜禪으로 일상이 곧 수행이었던 도준 스님이 선원의 기틀이 되었다. 늘 배우되 그것을 회향하는 구도자적 보살상을 강조한 도준 스님은 팔순 노구에도 인법당에 홀로 앉아 잠시도 정진의 고삐를 놓치지 않는 철저한 수행자이었다. 스님의 흔들림 없는 정진력에 감화를 입은 후학들이 스님 생전에 선방을 마련하기 위해 원력을 세우고 대중들의 힘을 모아 1979년 회룡 선원을 개원하게 되었다.

사계절 모두 끊임없이 정진이 이어져 산철 결제 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회룡선원은 특히, 구참 납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어, 한번 안거에 들면 3년씩 머물며 치열하게 공부하는 비구니 용맹정진 도량으로 선풍을 드날렸다. 구참 납좌들의 가풍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뜨거운 열기로 흔들림 없이 정진에 매진하는 취선당에는 나를 찾아 달려가는 침묵속의 외침만 무성하다.

회룡선원은 용화사 송담스님을 조실로 모시고 가르침을 받고 있다. 견고한 신심을 다지며 12-15명의 납자가 새벽 3시 죽비 삼성으로 시작되는 50분의 면벽 좌선과 굳어진 다리를 풀기 위해 10분간 포행을 반복하며 하루 12시간 정진한다. 아주 단조로운 일정이지만 끝없이 달려드는 번뇌를 밀어내며 자신과 싸우는 고독한 내면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정해진 입방조건을 따로 두지는 않았으나, 건강이 좋지 않아 몸이 불편한 스님과 사정이 어려워 대중공양에 부담을 느끼는 스님들을 우선적으로 방부를 받는다. 사적인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수행자는 오로지 참선 정진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중의 배려이다.

단아한 모습에 맑은 미소로 맞아주시는 회룡사 주지 성타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물질문명에 끌려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대승불교가 주장하는 참선 공부 밖에 없다. 물질에 흔들리는 것은 수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도의 물질문명이 발전할수록 자신의 본래 마음자리를 찾기 위해 더욱 열심히 수행해야 된다. 포교도 중생 교화도 수행의 힘에서 나오기 때문에 특히 스님들은 정진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고 하신다.

현대를 살아가는 불자들을 위한 조언으로 “모든 것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부족해진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자신을 반추하게 되어 얽힘이 풀어지고 감정이 내려지게 된다.”고 하시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강조 하셨다

무학 대사가 정진하고 태조가 거닐던 도량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있다. “어려운 사중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꿈나무를 가꾸어 불교의 미래에 힘을 보태는 일에 소홀함이 있을 수 없다.”는 성타 스님은 어린이, 학생, 청년 법회를 이끌며 한국불교의 백년대계를 위해 불교의 미래를 깨우는 일에 온갖 정성을 쏟고 계신다.

스님의 회색빛 소매에 조롱조롱 달려드는 아이들, 회룡사에서 뿜어내는 불심의 자양분을 한껏 머금고, 재잘거리며 피어나는 미래의 주인공들이 내 마음을 춤추게 한다. 마당 한 켠에서 조용히 내려다보는 관세음보살의 자비로운 미소와 절 마당에 가득한 천진불의 해맑은 미소가 하나로 겹쳐진다. 걸출한 인물들과 장엄하고 화려했을 전각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희망으로 쑥쑥 커가는 파아란 새싹들의 함성이 진한 푸름을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