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법어 퇴옹성철스님


퇴옹 성철스님

퇴옹 성철스님의 법어 공간입니다.
열반게송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제목 : 오직 우리의 깨끗하고 밝은 본마음을 보려면 1990 년 1 월(95 호) 신년법어
우리는 모두 깨끗하고 빛나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천추 만고에 변함이 없습니다.
설사 천 개의 해가 일시에 떠오른다 하여도 이 빛보다 밝지 못하니 이것을 본마음이라 합니다. 넓고 가없는 우주도 이 본마음에 비하면 본마음은 바다와 같고 우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좁쌀 한 알만 합니다.
이 본마음은 생각으로도 미치지 못하고 말로써도 형용할 수 없으니 이러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영광 중의 영광입니다.
이 마음에는 일체의 지혜와 무한한 덕행이 원만구족하여 있으니 이것을 자연지(自然智)라고 합니다. 이 자연지는 한사람 한사람마다 구비한 무진장의 보고(寶庫)입니다. 1
이 보고의 문을 열면 지덕을 완비한 출격대장부(出格大丈夫)가 되니, 이것이 인간 존엄의 극치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 보고를 알아보지 못하고 고인들의 조박(糟粕)인 언어 문자에서만 그것을 찾고 있으니 얼음 속에서 불을 찾음과 같습니다.
이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아무리 오랫동안 때가 묻고 먼지가 앉아 있어도 때와 먼지만 닦아내면 본 거울 그대로 깨끗합니다.
그리고 때가 묻어 있을 때나 때가 없을 때나 거울 그 자체는 조금도 변함없음과 같습니다.
금가루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거울 위에 앉으면 때가 되어서 거울에 큰 장애를 일으킵니다.
마찬가지로, 성현들의 금옥 같은 말씀들도 이 거울에는 때가 되어 본마음을 도리어 어두워지게 합니다.
그러므로 깨끗하고 밝은 본마음을 보려면 성인도 닦아내고 악마도 털어버려야 합니다.
더욱이 각 종교마다 절대 권위로 존재하는 교조의 말씀은 본마음에 가장 큰 장애와 병폐가 되니 불교를 믿는 사람은 석가를 버리고 예수를 믿는 사람은 예수를 버려야 합니다. 그리하여 석가, 공자, 노자, 예수 할 것 없이 성인과 악마를 다 버리고 닦아내면 푸른 허공과 같이 깨끗하게 되나니, 이 허공까지 부수어 버려야 본마음을 봅니다. 과거의 성인들에 너무 집착하여 이를 버리지 못하면 본마음에 이보다 더 큰 병폐와 장애도 없습니다. 이것을 독약 같이 버려야만 참다운 지혜와 영원한 자유가 있으며 우리의 본마음을 볼 수 있으니, 석가, 예수, 공자, 노자를 원수처럼 털어버려야만 합니다.
이들이 본마음에 때가 됨은 악마와 같아서, 이를 버리지 못하면 본마음은 점점 더 캄캄해집니다. 오직 우리의 본마음을 보기 위하여 석가, 예수를 빨리 털어버립시다.

어허 !
석가, 예수 누구인가?
성인, 악마 다 잊고서 홀로 앉았으니
산 위에 솟은 달은 더욱더 빛이 나며
담 밑에 국화 꽃은 향기롭기 그지없네.

佛記 二五三四年 元旦
曹溪宗 宗正 性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