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법어 퇴옹성철스님


퇴옹 성철스님

퇴옹 성철스님의 법어 공간입니다.
열반게송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제목 : 인천보감(人天寶鑑) 1990 년 3 월(97 호)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도사(道士) 오설초(吳契初)는 요주 주양(朱陽) 사람이다. 하청(河情) 군수로 있다가 중앙관서에서 보낸 사자의 탄핵을 받고 숭산(嵩山)에 숨었는데 거기서 석태(石泰) 선생을 만났다. 오설초가 묻기를 “노자의 가르침〔虛無之道〕을 들려주시겠습니까?”하니 석태선생이 말하였다.
“선각(先覺)의 말씀에 의하면 다섯 가지 무루법〔五無漏法〕이 있다. 첫째, 눈으로 보지 않으면 혼(塊)이 간에 있게 되고, 둘째, 귀로 듣지 않으면 정기(精氣)가 신장에 있게 되고, 셋째, 혀로 말을 하지 않으면 정신(精神)이 심장에 있게 되고, 넷째, 코로 냄새를 맡지 않으면 넋이 폐에 있게 되며, 다섯째, 사지를 움직이지 않으면 의지〔意〕가 비장에 있게 된다. 이 다섯 가지가 서로 융합하여 하나의 기(氣)가 되어 3관(三關, 人本의 3대 요소)에 모이면 이것을 연홍(鉛汞)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연홍은 폼안에서 구해지는 것이지 다른 데서 구할
필요가 없다.”
오설초는 이 비결을 전해받고 나서 오랜 노력 끝에 공부가 성취되었다. 한번은 우연히 서악(西岳)에 갔다가 자양진인(紫陽眞人)을 만났다. 자양진인이 말하기를 “그대가 얻은 바가 훌륭하기는 하나 만일 성품도리를 밝히지 못하면 헛수고일 뿐 아무소용 없는 일이다”하니, 오설초가 말하였다. “나는 2기(二氣, 음양)를 황도(黃道, 태양이나 인체음양의 운행법칙)에서 추적할 수 있고 3성(三性, 心中의 三精)을 원궁(元宮, 단전)에 모을 수 있어서 어떤 경계를 대하여도 여여하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데 더 이상 무슨 성품도리를 운운하는가.“그러자 자양진인이 원각경(圓覺經)을 보여 주면서 “이것이 불교의 심종(心宗)인데 깊이 음미해 본다면 뒷날 나아갈 길을 알게 될 것이고 내 말이 빈 말이 아님을 믿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오설초는 마침내 그 말을 믿고 받았는데, 하루는 “적정(寂靜)하기 때문에 시방 여래의 마음이 거울 속에 상이 비치듯이 가운데 뚜렷이 드러난다” 한 대목을 읽다가 문득 감탄하였다. “이제까지는 내가 문을 닫고 살아왔는데 오늘에사 팔을 휘저으며 거리를 활보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선 법회를 두루 돌아다니며 의심을 묻고 결택하곤 하였는데 나중에 동선 법종(東禪法棕)선사를 뵙고 물었다.
“불성이 엄연히 드러나 있건만 상(相)에 집착하여 미혹한 생각[情〕을 내기 때문에 보기 어려우니 만약 본래 ‘나’가 없음을 깨달으면 내 얼굴은 부처님의 얼굴과 어찌됩니까? 학인들이 깨달았다고 하면 깨달은 것이겠지만 어찌해서 부처님 얼굴을 보지 못합니까?”
그 말을 듣자 동선선사는 주장자를 뽑아들고 오설초를 두들겨 내쫓아 버렸다. 오설초가 막 문을 열고 나서는데 활짝 깨닫고는 송(頌)을 지었다

조사의 기봉을 단번에 간파하니
눈을 뜨고 감음이 한결같도다
이제부터 성인의 무리가 다 없어진다 해도
대천세계는 원래 털끝 만한 거리도 없다.

驀然 破祖師機 開眼還同合眼時
徒此聖兄俱喪盡 大千元不隔毫釐

대수사(大隨寺) 법진(法眞 834-919)선사는 신주(梓州)사람이며 염정왕씨( 亭王氏) 자손으로 원래 벼슬이 높은 집안이었다.
젊어서 속세 인연을 깨닫고 뜻을 세워 스승을 찾아 나섰다. 남쪽으로 내려와서 약산 도오(藥山道吾圓智)선사를 뵌 뒤, 대위산(大 山) 영우(靈祐)선사를 찾아 뵙고 대중 속에 끼어 부지런히 일을 하였다 배불리 먹지 않고 따뜻한 곳에 잠자지 않으면서 맑은 고행과 철저한 수행으로 실천과 지조가 남달랐으므로, 영우선사가 늘 그 근기를 인정하였다. 하루는 대위선사가 물었다.
“자네는 이곳에 와서 왜 한 마디의 법도 묻지 않는가?”
“무엇에다 입을 열어야 하는지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무엇이 부처냐고 묻지 그러느냐?”
진(眞) 선사가 손으로 대위선사의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자 대위선사는 “그대는 참으로 도의 진수(眞髓)를 얻었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그후 서촉(西蜀)으로 돌아가 여수( 水) 가에서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그들 모두에게 차를 끓여주곤 하면서 3년을 지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뒷산에 올라가 옛절 하나를 발견했는데 이름이 대수사(大隋寺)였다.
그 산에는 둘레가 네 길〔丈〕 되는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남쪽으로 문이 하나 나 있어 도끼나 칼을 빌리지 않고도 그대로가 암자였다. 선사가 마침내 이곳에 살게 되니 세상 사람들은 그 곳을 글자 그대로 ‘목선암(木禪庵)’이라고 불렀다.
혼자 그곳에 살기 십여 년에 명성이 멀리까지 퍼져서 촉왕(蜀王)이 세번이나 불렀으나 들어주지 않으니, 왕은 선사의 고고한 도풍을 우러러보았으나 한번 만나볼 길이 없었다. 내시를 보내 스님의 호와 사액(寺額)을 하사하였지만 받지 않았고 무려 세번을 보냈으나 확고부동하게 거절하였다. 촉왕은 다시 사람을 보내면서 칙명을 내려 “이번에도 전처럼 받지 않는다면 그대를 죽이겠다”고 하였다. 그가 다시 찾아가 간절히 절하면서 “스님께서 받지 않으시면 제가 죽습니다”라고 하니 선사는 그제서야 받았다.
선사가 대중에서 설법하셨다.
“나는 명리를 위해서 여기 온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람을 얻고자 할 뿐이다. 백운청산 속에서 시비를 쫓지 말지니 업보로 받은 이 몸을 벗어버리면 풀 한포기도 먹지 못할 것이다. 선승들이여, 내가 행각할 때에 여러 총림에 가보면 많게는 천명, 적어도 이백명의 대중이 있었다. 그곳에서 동안거, 하안거를 보냈으나 깨닫지 못하고 공연히 시간만 보내다가, 위산스님 회중에 가서 칠년 동안 밥을 짓고 동산(洞山)스님 회중에서 삼년 나무를 했다. 그 중에서 나를 중하게 대하는 곳이 있으면 얼른 떠나 버렸고 오직 나 자신이 깨달을 생각뿐이었고 남의 일은 상관하지 않았다.
“불보살 같은 분들도 모두 오랜 세월을 각고해서야 비로소 성취하였는데, 오늘날의 여러분들은 얼마만큼 신명을 버려 보았으며, 얼마만큼 각고했길래 ‘나는 출세간법을 깨달았노라’고 하는가 세간법도 아직 깨닫지 못한 처지에 조그마한 경계라도 경험하면 눈섭을 치켜
세우고 눈을 부릅뜨며 어쩔 줄을 모르니, 무슨 해탈법을 설하겠는가? 길다란 선상에 앉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신도들의 시주물을 받으면서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내가 수행한 영험이 이와 같다’ 하니, 이는 자기를 속일 뿐 아니라 또한 모든 부처님을 속이는 것이다.
“이미 가사[三衣〕를 입었으나 선지식을 가까이 해서 생사대사를 해결해야지, 또 다시 6도윤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여 자재한 경지를 얻고 나면 무슨 화탕지옥, 노탕지옥에 들어가느니 혹은 딸 뱃속, 당나귀 뱃속에 들어가느니를 논할 것이 있겠느냐, 이런 경지에는 맛난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맛이 있다. 아직 이러한 경지를 얻지 못했다면 정말로 이런 과보를 받는다. 한번 사람 몸을 잃어버리면 다시 오늘같이 인간에 태어나고자 해도 만에 하나도 어려운 일이다”
“듣지 못했는가? 옛 스님이 어느 스님에게 묻기를 ‘무슨 일이 가장 괴로운 일이냐?’라고 하나 ‘지옥업보를 받는 일이 가장 고통스런 일입니다’ 하였다 그 스님은 말씀하시기를 ‘그것은 아직 고통이라 할 수 없다. 출가하여 도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런 일이다’라고 하셨다. 옛 스님의 이런 말씀은 참으로 간절한 말씀이니 마땅히 명심하고 때때로 경책해서 후회없도록 해야 한다”

광혜 원련(廣慧元璉 95l-1036)선사가 늘 대중에게 설법하며 사람들에게 권하기를 재물과 이익을 멀리 하고 먹고 입는 것을 간소하게 하라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만약 도를 배우려거든 먼저 가난과 고생 속에서 힘써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도를 이루려고 하여도 이룰 수가 없다”고 하였다.
원련선사는 입적할 때 대중을 불러놓고 말하였다.“내가 평소 너희에게 재물과 이익을 멀리 하고 먹고 입는 것을 소박하게 하면 도업(道業)을 끝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가르쳤는데, 무슨 까닭인가? 모든 죄업은 재물 때문에 생겨나고 모든 더러움은 업과 몸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일생 동안 재물을 모으지 않았고 대중들과 따로 밥을 먹지 않았으니 그것이 내 분수 밖의 일이어서가 아니라 부처님이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어버이를 작별하고 출가하여 마음을 알고 근원을 통탈해서 무위법(無爲法)을 깨닫고자하면 세간의 재물을 버리고 걸식으로 만족을 삼아 하루 한끼 먹고 나무 밑에서 하루 밤을 자야 한다 이것이 부처님의 밝으신 가르침인데, 어찌 그것을 어길 수 있겠느냐. 내가 만약 잘 먹고 잘 입는 것으로 자재해지려 했다면, 어째서 세속에 살며 어딜 가나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고 무얼 하려고 하필 부처님의 형상과 옷을 벌어 불법문중을 파괴하랴.
“이미 불자가 되었으면 불자다운 행동을 해야 하며, 나는 복이 있고 인연이 있으나 마음놓고 업을 지어도 된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부모와 스승에게까지 누를 끼쳐 함께 지옥에 들어가는 일이다.
“요즘 세상에 선지식이라 하는 어떤 이들은 자기 안목이 바르지 못해서 입만 열었다하면 사람의 목숨을 끊으려 하고 부딪치기만 하면 독사같은 마음을 품는다. 이익이나 명예를 보면 피를 본 파리처럼 결코 포기할 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또 나는 선을 알고 도를 깨쳤다고 하며 봉(棒)도 하고 할(喝)도 하니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그대들은 행각할 때에 반드시 이 점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