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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명덕․글/고형렬 문비 없는 문을 향해 걸어간 사람을 아는 사람이 없는 세상의 거리에서 혼자 아득한 과거 인연을 생각하면 그가 우리의 배경이 되어 서 있고 흐르고 나타나고 사라지는 게 소년은 가슴이 뛰어서 산문으로 뛰어가 저 문의 얼굴을 엿보곤 했는데 그가 풍경으로 있음을 모름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슬퍼 더 좋은 일은 지금도 나를 생각하며 나를 모르는 일이다 귀고리를 단 귓불이 무겁겠다. 바람만 지나가기를 기다리네. 저 뺨에 뺨을 갖다 대고 있으면 차가울까? 아니야 뜨거울 거야. 가을 하늘이 가슴 아파할 소리는 네 풍경 소리밖에 없을 것 같다 언제나 불쌍하다는 생각뿐인 아들을 데리고 입산하고 싶다 세상 아무 죄 없다 하더라도 목조 법기보살 앞에 가서 아들과 꿇어 엎드려 울어야겠다 어찌하여 이 곳에 있게 되었는고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아비다 너는 이 아비의 어디에서 이렇게 말도 없이 택해 왔느냐 아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다 언제쯤에나, 대적광전을 저쯤에 두고 눈 그친 절에서 공양할 수 있을까? 언제쯤에나, 가족을 남처럼 대하며 얼음꽃 녹는 지구에서 공양할 수 있을까? 언제쯤에나, 삭풍이 낙엽을 다시 하늘로 불러내는 겨울산에서 공양할 수 있을까? 언제쯤에나, 눈이 남산 하늘의 햇살에 부서지는 한낮에 공양할 수 있을까? 발은 시리고 찬 바람만 도심 속을 뚫고 간다. 모든 사람이 한길을 갈 때 그는 한길을 돌아오고 있었다 한 사람만이 모든 사람을 맞이하듯이. 여름날이 한길을 갈 때 가을날이 혼자 오고 있었다 몸만한 작은 길이 바스락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