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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 김양수 오늘도 그는 창문 밖에서 풀벌레 소리를 등에 업고 서성거립니다. 조심스럽게 문 열어보니 온화한 빛이 온 천지에 가득합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흐뭇합니다. 그를 따라 길을 가며 바라보면 산은 더욱 높고 물은 더욱 깊습니다. 어느 곳에서 만나도 웃는 모습이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줍니다. 근심에 얽매였던 마음이 자유로워집니다. 나의 벗은 텅 빈 곳에 머물 줄을 압니다. 텅 빈 곳을 비춰 밝게 할 줄 압니다. 나는 내 마음을 비워 내 안에 그를 가득 들여놓고 싶습니다. 풀벌레의 애잔함도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의 소리도 달맞이꽃의 슬픈 사연도 그와 함께 있으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는 나에게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줍니다. 세상사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고 내 속 깊은 가슴앓이를 이야기하며 삶의 여백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저 고운 빛을 세상에 뿌릴 줄 아는 벗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때로는 삶이 고달파 어디론가 숨고 싶다가도 벗의 넉넉한 품이 그리워서 고요하게 돌아와 앉습니다. 맑은 밤바람이 휘파람을 불며 함께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