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님께서 그 화안애어和顔愛語를 거두시고, 이렇게 홀연忽然히 떠나시니 이제 우리는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할지 창황망조蒼慌亡措할 따름입니다.
마지막 임종게臨終偈에서도 서래의西來意를 물으신 스님께서는 일로정진一路正進의 사표師表이셨습니다.

특히 은법사恩法師이신 성철性徹스님을 비롯한 우리 시대의 도인道人들과‘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결행한 봉암사鳳巖寺 결사結社는 새로운 선풍禪風을 일으킨 일대 장관壯觀이었습니다.

이 결사結社의 뜻을 이어 일평생‘절구통 수좌’로 살아오신 용맹정진勇猛精進의 길은 낙락장송落落長松으로 우뚝 서 선림禪林과 불교사佛敎史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또한 종정宗正을 역임歷任하시면서 보여주신 사사봉공私捨奉公의 승가정신僧伽精神과 종단宗團을 위하는 애종심愛宗心은 너무 크고 빛나서 감히 필설筆舌로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제 문득 사바娑婆의 인연因緣을 거두시고 대열반大涅槃에 드시니 일월日月은 실색失色하고, 대지는 진동震動하며, 만물萬物은 어찌할 바를 몰라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님께서 이 땅에 끼치신 공덕功德이 너무나 크고 깊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님의 입적入寂은 법신法身의 계합契合이고 생멸生滅이 즐거움이 되는 적멸寂滅의 진상眞相을 우리에게 보이신 것이라 믿습니다. 부디 적멸寂滅의 즐거움을 누리시길 발원發願합니다.

두손모아 서래의西來意, 서래의西來意를 물으니 적멸寂滅만이 가득합니다.

불기 2558(2014)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