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情景(새봄 해인사海印寺)

드디어 바람이
사슬 풀린 흙을 헤치고
낮은 데서 일어나
웅크린 고양이 배를
겨우내 침묵한 가야산伽倻山 아랫배를
살살 간질이면
양지쪽 고양이 가르릉거리듯
게으른 햇살의 가없는 하품과 함께
산이 천천히 몸을 턴다
마른 나무들에 업혀 자던
어린 초록들 포르르 깨어
곁눈질하며 머리 내미니
산은 이미 자기들 차지
한 점 바람 박拍 되어
연두색 웃음이
연두색 합창이
나무 끝에서 하늘로
뿜어진 수액이
생명의 약동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명랑하게 오르고
시내도 소리 내며 다시 흘러
온 산이
온 세상이 종횡으로 화음和音하여
지루했던 라르게토를 벗어던지고
검은 상처의 헌데를 다 떼어 던지고
발랄한 알레그로로 넘어드는 순간
밤새 잔기침 하시던 노스님
방문 활짝 여시고
묵은 가래침 하나
탁
하고 뱉는
해인사海印寺
그게 목 길게 빠져 있던
나의 올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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