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를 띠는 불교 복지 사업

최근 교계의 여러 흐름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으로 복지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음을 들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불교계의 복지 사업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히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불교사회복지회(회장:시현스님)에서 조사한 불교 관련 사회복지 시설과 단체를 보면, 혜명 보육원 등 아동복지 시설 8곳, 성남 자광원 등 노인복지 시설 14곳, 부산 성우원 등 장애인 복지 시설 5곳, 불교사회복지회 등 복지 단체 9곳, 중앙승가대가 운영하는 조은어린이집 등 어린이집 8곳이 있어서 불교계도 적지 않은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밖에도 부녀 복지소, 정신 요양소, 부랑인 보호소, 청소년 공부방과 조사에서 빠진 시설 단체를 합치면 그 숫자가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90년 서울 동작구 본동 복지관 개관을 시작으로 91년 삼전복지관(관장:혜성 스님), 올해 설립한 길음 종합복지관(관장:제원스님) 등 해마다 하나씩 설립된 종합 사회복지관까지 더하면 불교계는 가히 ‘복지 전성 시대’라고 일컬어도 될 만하다.
불교 사회복지 시설의 현황
이처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계는 특히 노인복지 시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앞서 말한 불교사회복지회의 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노인복지 부문의 시설이 역시 가장 많다. 흔히들 양로원이라고 부르는 노인복지 시설은 용인 연꽃마을(이사장:각현스님)과 예천 연꽃마을, 그리고 자광원이 널리 알려져 있다.
용인 연꽃마을은 지난해 9월 노인무료병원 광명의원을 개원하여 하루 평균 66명의 노인을 무료 진료했고, 병원 안에 노인 문제연구소를 설립하여 불교의 효孝사상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법인체인 연꽃마을(이사장:각현 스님)은 1만 5천명에 이르는 후원자의 모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인복지 시설이 많은 까닭은 우선 불교 신자 가운데 노인 수가 많은 데서 찾을 수 있다. 88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가운데 불교 신자가 무려 30.1퍼센트나 된다. 기독교의 12.8퍼센트에 비하면 곱절 이상이 된다. 또 사찰이 노인들의 정서나, 정신의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된다. 이것은 교계 노인 복지 시설 가운데 많은 수가 비인가 단체며 대부분이 사찰이라는 데서 알 수 있다. 노인시설과 단체는 양로원 말고도 휴양 시설 1곳, 노인 대학 4곳, 복지 기관 3곳이 운영되고 있다.
아동복지도 교계에서 관심을 많이 갖는 부문 가운데 하나다.
최근 폐쇄 위기까지 몰려 안타까움을 준 원주군 소쩍새 마을(주지:일력스님)이 보도를 통해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밖에도 서울 구로구 혜명 보육원(도선사 운영), 경기도 양주군 광명보육원, 강원도 강릉 자비복지원(원장:진철스님) 들도 모범적인 곳으로 꼽힌다.
양로원이나 보육원이 직접 수용 시설이라면 이런 수용 시설은 아니지만 복지 대상자들을 도와주고 후원해 주는 곳으로 자선 봉사 단체나 연구 단체가 있다. 복지 관련 연구와 세미나, 후원 등 종합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는 불교사회복지회, 이름 그대로 불교 장애인 문인이 모여 만든 장애인 문인협회(회장:방귀희), 상담 기관인 자비의 전화(이사장:일면 스님), 청각 및 시각 장애인 포교를 위한 원심회(회장:덕신스님) 들이 이런 곳이다. 혜광맹인 불자회, 대한불교감로심장병후원회, 결식 아동을 위한 카루나의 모임 등도 복지 단체에 속한다.
부문별 복지 시설이 지역적 특성과 대상별 자문성을 띄는데, 이 모두를 갖춘 종합사회복지관은 공공성이나 기획성에서 부문별 복지 시설보다 한층 앞선다.
급성장하는 불교종합사회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은 복지 시설이 장애자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편견을 씻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본동, 삼원, 길음에 이어 최근 예천 연꽃마을의 희망의 집과 통도사 자비원이 개원했고, 서울 능인선원의 종합사회복지관이 9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들어갔다.
종합사회복지관은 그 규모와 시설면에서 기존의 복지 시설에 견줄 바가 못된다. 길음 복지관은 대지 2백 34평에 건평 4백 60평 지하 1층, 지상 3층의 현대식 건물로 총공사비 5억 2천만원이 들었다. 예천 연꽃마을은 연건평 3백 50평으로 20여개의 방과 5백명이 법회를 가질 수 있는 법회장, 오락실, 도서실 등을 갖추고 있다. 1천평에 이르는 통도사 자비원은 스물네 시간 간호사가 대기하고 있고 영안실, 요양실까지 갖추었다.
1백 20억 원이라는 많은 돈을 들여 짓고 있는 능인선원 복지관은 지하 5층, 지상 3층 연건평 3천 5백 평에 탁아소, 유치원, 독서실 등 기본 시설은 물론 장의사, 예식장과 납골당, 노인무료병원까지 갖춘 큰 규모로 지을 예정이다.
큰 규모와 다양한 시설을 갖춘 종합사회복지관은 그 지역의 종합 문화 공간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시중 가격의 1퍼센트에 불과한 독서실, 무료예식장, 취미교실 등을 무료나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이용할 수 도록 해서 부문별 복지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주민들의 문화 활을 보장하는 일까지 한다.
복지사업이 활발한 이유와 문제점
80년대 이후 불교계 지 사업이 활발히 펼쳐지는 이유는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더라도, 우선 교계가 전반적으로 풍요로워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불사의 현대적 재해석과 불교의 사회적 실천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도 크게 영향받은 점도 있겠다.
기독교 세력의 팽창에 따른 위기 의식도 복지 사업에 눈을 돌리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스님들의 학력이 높아진 것과 복지학을 전공한 스님들이 많이 배출된 것도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편,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복지 사업으로 명성과 부를 차지하려는 욕심도 한 요인이 되는 것을 부정할 수만은 없는 듯하다. 이것은 복지 시설 운영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몇 건의 소송과 끊임없이 나도는 추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몇 가지 요인으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교계 복지 사업은 그 역사가 짧아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복지 사업의 문제점과 개선점
과거보다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타종교 단체나 전체 복지 시설과 비교해서 교계 복지 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인복지 시설 보유 현황만 봐도 불교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복지 시설은 전체의 7.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노인 신자가 불교의 절반도 안되는 기독교는 전체의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시설뿐 아니라 보건사회부에 등록된 사회복지시설 가운데 불교는 4퍼센트에 불과하고 수용 인원은 1.5퍼센트뿐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는 지난 50년대부터 90년까지의 불교복지 시설 가운데 80년대에만 37퍼센트가 설립됐다는 점에서 기대할 여지는 많다고 본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스님이나 신도들의 인식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인식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부분이 장애인 복지 부문이다. 91년 조사에 따르면 불교 장애인 복지 시설은 주몽재활원(원장:장선옥), 천마 재활원(원장:김창숙) 등 5곳 뿐이다. 이는 전체의 3퍼센트에 불과한 실정이다.
불자들이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 기준은 잘못된 업業사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전생前生에 지은 죄가 많아서 장애인으로 태어났다”며 장애를 개인의 숙명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낮은 장애인 복지 시설 비율로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종단의 지원 부족도 큰 문제다. 복지 관련 종사자들은 종단의 현황 파악 부족으로 인한 자료 부실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나타낸다. 청소년 공부방을 운영하는 한 스님은 “총무원에 가봐야 얻을 게 없다. 나보다 더 모른다”며 총무원 관계자의 무성의에 분통을 터뜨린다. 사실 조계종 총무원의 경우 사회부 직원 한 명이 복지 관련 업무를 맡고는 있지만 그나마 여러 업무 가운데 일부분으로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불교계가 복지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려면 종단의 행정 조직을 개선하여 사회복지국 같은 전담 부서를 둘 필요가 있다. 또 넓은 땅과 상대적으로 풍부한 재원을 갖고 있는 본사들의 복지 시설 운영을 의무화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 봄직하다.
끝으로 불자 개개인이 동체대비 사상으로 어려운 이웃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행을 펼치는 것이 앞으로 불교계 복지 사업의 열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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