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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느 큰스님 방에 들어갔더니 “충언역이 양약고구忠言逆耳良藥苦口라 적힌 액자가 벽에 걸려 있었다. “바른 충고는 귀에 거슬리고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뜻일 게다. 바로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 듯싶어 마음 깊이 새겨 두었다.
역사가 오래 되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좋은 일이다. 벌써 「해인」지가 150호를 맞는다고 한다. 십이 년 오개월 저에 탄생한 것이다. 우리 불교계 잡지들이 대체로 단명한 것을 생각할 때 먼저 축하할 일이다. 그 동안 「해인」을 만들어 온 스님들의 노고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해인」은 어느 잡지보다도 불가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 내 책이다. 출발 때부터 “사보라 하기엔 넘치고 잡지라 하기엔 좀 뭣한 채 “사십쪽선을 지켜 오며, 눈여겨 보지 않던 감추어진 불가의 문화 정서를 요모조모 담아 내는데 그것이 여간 참신하지가 않았다. 처음의 벽화 이야기도 그랬고 최근호의 검정 고무신이나 밀집 모자도 「해인」이 아니고는 착상도 어려울뿐더러 그렇게 나긋나긋한 언어로 풀어 낼 자신이 없지 싶다. 십여 년을 잇는 큰스님의 생생한 선禪법문은 더 말할 것 없겠다. 스님이 만드는 책은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어쩔수 없이(?)한다.
「해인」에 애정이 있으므로 감히 제언 한마디를 해야겠다.
150호를 한결같은 모습으로 가꾸어 왔다는 것은 크나큰 저력이고 자랑이다. 그렇더라도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운신의 폭을 넓혀 봤으며 한다. 사회의 요구 사항에 어쩔수 없다고는 하더라고 절 집안마저도 변화가 심한 데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사찰의 건축 구조와 문화재를 보호하는 데 자연과의 조화가 깨지는 현상은 안타깝다. 불가의 장점과 생명력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들도 지적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해인」지에서도 해 주었으며 좋겠다. 오직 자신만의 소신으로 남들이 외면하는 일을 묵묵히 해 나가며 수해에 힘쓰고 이 사회의 그늘진 곳을 돕는 ‘작은’스님들과 재가 불자들의 모습을 「해인」이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해인」은 월간지의 특성을 살려 수준 높은 해설과 심층 취재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대중불교」가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이지만 「대중불교」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해인」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면이 늘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해인」지의 150호 발간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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