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음악인

「해인」은 산사에서 온다. 높은 산을 넘고 들을 지나 우리가 사는 마을에 와서 창문을 넘어 나를 바라본다. 일상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의 굴레 속에서 눈을 들어 문득 바라보는「해인」.
그 청아한 모습에 눈을 감고 귀 기울인다. 들린다.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스님들의 고요한 삶의 음성이. 그 음성을 따라가면 보인다. 일상의 권태는 삶을 가슴으로 살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 뇌성벽력처럼 와 닿는 경책. 비로소 가슴이 열리고 삶이 감동의 물결로 다가온다.
삶이 깨달음의 열망으로 꼼지락거리는 그 때, 나의 예술혼은 무한히 확장된다.
시간의 저편을 넘어 그리고 공간의 저 광활함을 향하여 내가 그리는 선율은 끝없이 춤을 춘다. 손이 아니라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느끼며 가슴으로 호흡할 때 나는 우주가 되고 시간은 영원이 된다.
「해인」, 작은 책자가 영원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작은 돌 하나 여린 풀잎 하나에도 스며 있는 나의 숨결을 일깨워 준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의 큰 바다에 이르는 작은 오솔길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음악도「해인」도 오랫동안 사랑에 이르는 작은 오솔길로 남길 희망한다.

로그인 PC버전

이용약관 | 개인정보보호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GnuBoard Mobile G4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