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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집에서 천수를 다 누리고 자연사한 견공(犬公)은 한 마리도 없었다. 모두 다 비실비실 앓다가 단명했거나, 어떤 놈은 아예 선재집을 도망치고 난 뒤 돌아오지 않기도 하였다. 제법 똘똘하다고 믿었던 방울이의 가출을 생각하면 선재의 가슴은 지금도 속이 쓰려왔다. 벌써 20년 전의 일인데도-. “방울아, 방울아” 선재는 온 동네를 미친 듯 돌아다녔다. 방울이는 너무 영리해서 사람 흉내를 내려고 하다가 선재한테 매를 맞은 적도 있었다. 식구들이 없는 틈을 이용하여 방에까지 들어와 베개를 베고서 벌렁 나자빠져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선재네 식구 중에 호랑이띠가 있기 때문에 개와 인연이 없다고들 했다. 아버지와 여동생이 호랑이띠였다. 그러나 선재네 식구들은 무심한 성깔로서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모진 사람들은 아니었다. 선재 아버지는 진도개를 키우고 싶어서 진도에까지 간 적이 있었다. 개를 데리고 오다가 여객선끼리 부딪치는 바람에 수중고혼이 될 뻔도 했던 것이다. 그러니 선재 아버지한테도 개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고 봐야 옳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선재집 개들은 단명했다. 검둥이나 흰둥이, 바둑이나 누렁이 그리고 무슨 연유에서 양키들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메리나 쫑, 워리 등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장수했던 놈은 쫑이었다. 선재집에 쫑이 살았을 당시에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시장 안에서 가장 큰 것은 나무전이었다. 선재는 처음부터 쫑을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꼬리가 없는 데다 볼품없이 다리가 구부정하였다. 동네 어른들은 쫑을 보고서 혀를 차기도 하였다. “얼마나 많이 처먹었으면 짜구가 난디야.” 녀석은 노상 말썽을 부리고 다녔다. 남의 집 대문 앞에 곧잘 똥을 썼고, 또 어떤 때는 남의 병아리나 오리새끼를 물어죽이고 하였다. 게다가 쫑은 짖지 못하는 벙어리였다. 낯 모르는 사람이 오거나, 신경질이 날 때면 낑낑거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녀석 때문에 이웃집과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가끔 죽은 병아리를 들고서 무섭게 생긴 이발소 아저씨가 쫓아왔다. 아저씨의 머리에는 커다란 흉터가 군데군데 나 있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벼락을 맞아 그런 것이라고들 하였다. “병신 개새끼 단속 좀 잘하슈.” “거 참, 미안합니다.” 이런 식으로 싸움은 늘상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상소리가 거침없이 오고갔다. “짜구난 개하고 한통속이구만.” “또 벼락맞을 사람같으니라고.” 어른들끼리 한 차례 불꽃을 튀기면 그 다음에는 아이들끼리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악악거렸다. 무기력하게 보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씩씩하고 용감해졌다. 선재는 이발소 아저씨가 무서웠다. 그러다 마음 한구석으로는 불을 뿜는 것이 신났다. 싸움 역시 생존경쟁의 한 단면이 아니었을까. 그때 선재는 분명 싸우고 있는 한쪽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긍지와 또 풋풋한 소속감을 느꼈던 것이다. 여름철 태풍이 한차례 지나가고 난 후였다. 그때 선재는 형과 작은 방에서 자고 있었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선재가 먼저 들었다. 분명, 선재의 형이 잠꼬대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 소리는 방바닥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선재는 형을 깨웠다. “형 ! ” “…” “형 ! 무슨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어디서 ? ” “방바닥에서. ” 그제야 형이 눈을 크게 떴다. “지진이 아닐까? ” “잘 들어봐, 쭁의 소리야 ” “쭁이라구 ? ” 선재는 형과 함께 방바닥에 귀를 대었다. 낑낑대는 소리로 보아 틀림없는 쫑의 소리였다. 잠시 후 형이 먼저 후다닥 일어났다. 그리고는 구명 난 뺀스를 입은 채로 밖으로 나갔다. 선재도 살금살금 형을 따라나갔다. “쫑 나와라 ! ” “쫑 나와라 ! ,, 선재는 형을 따라서 아궁이 속을 향해서 소리쳤다. 그러나 쫑은 낑낑거리기만 할 뿐 나오지 않았다. “제기럴, 엄마 때문이야.” “왜 ? ” “낮에 방이 축축하다고 불을 지폈잖아. 그때, 쫑은 방고래 속에 있었던거야.” “어떻하면 좋겠어.” “기다려보아야지. 나을 때까지.” 그러나 쫑은 방고래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버릴 것 같았다. “야 잠 좀 자자. 쫑아…” “형, 너무 그러지 말어.” “…” “쫑이 지난번에 형에게 화재신고를 했잖아” 부엌 옆에 마련한 여름철 임시 아궁이에서 나무단에 불이 붙으려던 순간, 쫑이 방문을 낑낑대며 흔들었던 것이다. “어쨌든 날이 새야 구들을 걷어내든지 하지 …” 결국 종은 다음날 방안에서 구들을 걷어내고서야 구출되었다. 녀석의 몸은 온통 시커먼 검탱이 묻어 검은 개로 변해 있었다. 선재는 깨끗이 목욕을 시켜주었다. 그런데 녀석은 선재를 배신했다. 시장의 나무전에 불이 나 불구경 나갔을 때 집을 나가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영영 집을 나간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병든 개가 되어 나타났다. 친구들이 선재를 불러냈다. 아이들은 돌맹이를 한 개씩 들고 있었다. “돌맹이는 왜 들고 있니 ?” “미친 개한테 물리면 죽거든.” 선재는 아이들과 함께 다리 부근으로 갔다. 녀석은 쫑이 분명했다. 눈가에 눈꼽이 끼어있고,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었지만 선재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녀석은 시름시름 앓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이 돌맹이를 던질 때마다 독이 오른 표정을 지었다. 선재는 아이들을 뚫고 녀석에게 다가갔다. 어떤 아이가 소리쳤다. “얘, 물리면 죽는다 ! ” 그러나 쫑은 결코 선재를 물지 않았다. 오히려 선량한 표정을 지으며 흐물흐물해진 눈으로 선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짖지 못하는 개인줄 알았는데 몇 번인가 컹컹 개다운 소리를 터뜨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