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는 말 그대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이다. 생명형이라고도 하며 형벌 중 가장 중한 형벌이라고 하여 극형이라고도 한다. 사형제도는 인간의 역사와 같이 진행되어진 형벌 중 가장 오래된 형벌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일괄적으로 시행되어져 온 형벌이다. 고대와 중세 때는 사형집행이 주된 형벌이었다. 그러나 18세기 서구 계몽주의사상이‘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 주면서 사형집행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1764년 베까리아(1738~1794)가『범죄와 형벌』을 출간한 뒤 최초로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19세기에 이르러 서양에서부터 점차 사형제도에 제한을 두기 시작하였고, 20세기 초반에는 다각도로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밝히기 시작하였으며, 20세기 중후반에 이르러 많은 학자, 종교계에서 사형제도 폐지론이 대두되었다. 점차 사형제도 폐지론이 강력해지자 일부 학계와 법조계, 정치계에서 이에 맞서 사형제도 존치론을 주장하며 현재까지 많은 존치론의 주장과 폐지론의 주장이 펼쳐졌다. 국제사면위원회의 2004년 말 자료에 따르면, 세계 196개국 중 사형폐지국은 96개국이고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는 24개국이며 사형제도를 집행하는 국가는 76개국이다. 1975년 이래 해마다 최소 3개국이 사형을 폐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존치론의 주장이 쉽사리 줄
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흉악범죄로 여론 또한 존치론의 주장이 훨씬 많아졌다.
구 산 龜山 스님 ┃ 해인사 승가대학 4학년 우리나라는‘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가’이다.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가란 법률에는 사형제도가 명시되어 있지만 10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 나라에 붙여지는 명칭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지난 10년 동안 단 한차례의 사형집행이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2008년부터‘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 사회를 경악케 한 흉악범죄가 일어나 많은 여론이 사형 제도의 부활을 원하고 있다. 이 거센 사형제도 존치론의 여론을 계기로 많은 인권단체와 종교단체에서도 또 다시 이에 대한 폐지론의 주장을 펴고 있다. 점차 존치와 폐지의 대립은 심각해지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08년에 들어서 사형제도의 존치론에 대한 여론은 국민의 절반을 넘어섰다. 사형제도의 존폐론은 그 시대에 따라 존치론에 힘이 실리기도 하였고 폐지론쪽에 힘이 실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보화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은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 따라 의견이 좌지우지 된다고만 할 수 없다. 사형제도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통해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알지만 국민의 여론은 사형제도의 부활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인권·종교단체에서는 사형폐지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결국 끝없는 존폐의 대립상황에 놓인 것이다. 최종결정권인 정부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막연하게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계율의 첫 번째가 불살생不殺生계인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사형제도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제도이지만 무작정 사형제도의 문제점만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먼저 왜 사형제도가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 되었는지를 살펴서 문제점에 접근해야한다. 불교의 연기법1)적 측면에서 사형제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사형제도는 사형집행을 해야만 하는 흉악범죄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생겨났고 존재하는 하나의 형벌이다. 물론 중세시대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오남용 되었지만, 여기서 말하는 범죄는 유영철사건과 같은 흉악범죄를 말한다. 이러한 범죄가 발생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사건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주변의 무관심이 가장 큰 이유인 것을 알 수가 있다. 결국 주변의 무관심, 사회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흉악범죄를 일으킬 만한 원인이 제공되었고 흉악범죄가 발생하여 그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방편으로 사형제도를 만든 것이다. 따라서, 소외받는 이들의 해결책이 흉악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흉악범죄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사형제도는 폐지에 이르게 된다.
결국 선진문화의 국가가 되려면 존폐의 대립 싸움만해서 될 것이 아닌 근본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이다.
이 부분을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단체는 정부이지만 현 시국처럼 경제로 시선이 쏠린 시기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별로 없어 보인다. 존치론의 입장에 있는 단체나 여론도 이러한 근본문제에만해서는 등한시하고 있다. 존치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사형제도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최우선이기에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폐지론의 입장에 있는 단체와 여론이 근본문제 해결에 대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여러 단체와 여론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럴 때 일수록 종교계에서 사형제도에 대하여 새로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다른 종교계가 하지 않아도 우리 불교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불교는 자비와 화합을 중요시하는 실천의 종교가 아니던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여러 학술발표회에 참석하여 사형제도에 대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 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급격한 변화가 아닌 서서히 새로운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사형제도의 근본문제를 인식시켜 주는 방법이다. 이렇게 점차 하다보면 존치론의 입장에 있는 단체와 국민여론도 근본문제에 대하여 자각하여 동조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면 근본문제에 대한 정부의 조치도 쉽게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사회분위기 또한 급박하고 황폐해진 분위기에서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거듭날 것이다. 그럼으로써 선진문화국가가 될 것이며, 우리나라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