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로우니

풍혈장사환금설료 風穴將沙換金屑了하고
인득후학작백화리 引得後學作百花理니
성군작의외변타지 成群作意外邊打之로다
풍혈 노화상이 모래를 가져다가 금가루와 바꾸고서
후학을 끌어모아 백화가 향기롭다는 도리를 만드니
무리를 이루고서 뜻을 짓건만 헛짓거리를 하는구나.

풍혈연소 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말을 하면 용用이 되고 말을 하지 않으면 체體가 됩니다.
어떻게 해야 체와 용으로부터 모두 벗어날 수가 있겠습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하였습니다.
󰡒항상 강남의 3월 풍경을 생각하니 새가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로우리라.󰡓

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동안거를 마치는 이때쯤 주고 받았을 선문답입니다.
안거는 무언無言입니다. 해제는 유언有言입니다.
침묵인 무언은 체體요 법을 전하는 유언은 용用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체와 용이라는 차별경계마저 떠날 수 있겠습니까?
즉 유언 무언의 차별을 벗어나 불법의 대의를 제시해달라는 말입니다.
결제와 해제의 양변을 동시에 밟고 있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참으로 결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해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이 공안을 통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공부를 챙겨야 할 것입니다.

풍혈 선사는 임제문하 4세로 임제종풍을 크게 드날렸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체격이 장대하고 풍채가 좋았으며,
뛰어난 총명함으로 제자백가서를 통달하였습니다.
출가 이후 제방을 전전하다가 남원혜옹 선사 문하에서 두 납자의 거량을 목도하게 됩니다.
󰡒만약 임제 문하의 제자라면
󰡐여하약하(如何若何:이러쿵 저러쿵)󰡑라는 말을
절대로 사용하지 말고 바로 단도직입으로 한마디 하라.󰡓
그랬더니 한 납자가 대중에서 나와 할을 하니
이미 나와 질문을 던진 그 납자가 마주 보고 할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대중 속에서 나온 납자가 다시 할을 하였고
또 이미 서 있던 그 납자도 또 할을 하였습니다.
이에 앞의 납자가 뒤의 납자에게 예배를 하고 난 후 대중들을 바라보고 말했습니다.
󰡒내가 졌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할을 크게 하더니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풍혈은 마음에 크게 계합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임제가풍의 용처用處가 이와 같구나.󰡓
그 뒤 남원혜옹 선사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문에 들어서면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야 할 것이니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남원이 왼손으로 무릎을 만지니 풍혈이 갑자기 할을 하였고,
남원이 오른손으로 무릎을 만지니 풍혈이 또 할을 했습니다.
그러자 남원이 물었습니다.
󰡒왼손으로 한번 어루만진 후 다시 오른손으로 한번 어루만진 것은 무슨 뜻인가?󰡓
󰡒묻는 선사께서는 눈이 멀었군요.󰡓
그러자 남원이 주장자를 쥐고서 후려치려고 하니 풍혈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눈먼 사람의 몽둥이니 빼앗아 제가 도리어 화상을 때려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인가를 받았고 뒷날 폐허가 된 여수 풍혈사에 자리를 잡고서 법을 펴니
납자들이 모여들어 총림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회상에서 이 󰡐이각어언離却語言󰡑의 문답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언어를 떠나서 종지를 보여달라는 질문에 풍혈 선사는
󰡐강남의 3월 풍경을 생각하니 새가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로우리라󰡑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근본자리를 언어문자로 표현하면 현상계에 떨어지게 되고.
침묵으로 표현한다면 실제계에 떨어지게 됩니다.
침묵한다면 평등의 세계만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며,
언어문자로 표현한다면 차별의 세계만을 나타내게 됩니다.
말해도 걸리고 침묵해도 걸립니다.
침묵만 알면 밖의 티끌이 의지할 곳이 없고
언설만 알면 안의 마음이 할 일이 없습니다.
안의 마음이 하는 바가 없으면 모든 경계를 요동시키지 못하고
밖의 티끌이 의지할 바가 없으면 만법을 읽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육조혜능 선사는 󰡐불사선불사악不思善不思惡하라󰡑고 하였고
유마 거사는 󰡐침묵너머 침묵󰡑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 도리를 만약 알아들었다면 석가노인이 49년 동안 많은 설법을 했으나
한 글자도 말한 것이 없다고 한 말과 달마 대사가 소림굴에서 9년 동안 앉았으나
소리가 시방세계에 진동했다는 말을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풍혈 선사의 대답은 비단 위에다가 꽃을 뿌린 것이니 제대로 된 말입니다.
그래서 산승은 다시 진흙탕 속에서 흙을 씻으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선사께서 한 길만큼 가면 산승도 한 길만큼 갈 것이고,
선사가 한 자만큼 가면 산승도 한 자만큼 갈 것입니다.
술 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꾸짖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술 취한 줄 모릅니다.
그래서 산승은 풍혈의 대답인
󰡐새 울고 꽃 피는 곳󰡑에 가서 진짜로 알아내려고 할까봐 참으로 두렵습니다.
질문한 납자도 언어삼매에 있고 대답하는 풍혈 화상도 언어삼매에 있는데
문답을 나누는 언어삼매에서 벗어난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해제대중들은 비로소 스스로 깨달음의 경지에서 살 수 있는 길을 체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강남이니 강북이니
꾀꼬리니 종달새니 매화니 복숭아꽃이니 하는 차별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저 만행 중에 만난 봄길을 무심히 다닐 뿐입니다.

강남가경성합여지 江南佳景誠合如之나
천재관광첨인성조 千載觀光添人性躁로다
당성불이래년신조 成不爾來年新條에도
뇌란춘풍졸미휴혜 惱亂春風卒未休兮라.
강남의 아름다운 경치가 진실로 그러해도
천년의 구경거리에 조급함만 보탠 것이니라.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년에 새 가지가 돋더라도
봄바람에 어지럽기는 끝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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