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의 벗들이여! 이 세상, 삶의 아름다움이란 행위에 절제로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인난야海印蘭若 이 땅, 천 수 백년 노을 속 색 바랜 오래된 단청은 화려 속에 단순하면서도 수수한 기품을 감추고 청아한 초승 달빛에 거목 그림자는 살아 있건만 보는 이 없다. 이 강토에 굽어 치던 삶의 미는 한쪽 구석에 앉자 있고 나날이 인간 정신의 깊은 심연은 인위와 물질로 색 칠 되고 있는 이때 해인 여기에 새벽 눈 맑은 눈 고운 손 가진 이들이 모여든다. 임들의 맘씨와 솜씨는 아기雅氣가 흐르고 천연天然으로 살아 날것이다. 그들의 색채나 의도의 폭은 넓고 쉬이 잊고 사는 우리네 사고에 근원의 주체 의식이 녹아 이 땅 옛 향기를 오늘로 끌어안아 창조의 미가 드러날 것이다. 만만치 않은 작업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이듯 정성으로 보듬으니 연 따라 여기 천수천안의 관세음보살을 뵐 것이다. 이웃과 더불어 보고픈 것은 고향 울 밑에 피던 나팔꽃 아니면 가냘픈 보랏빛 무꽃이 피는 황토 하늘 아니면 산비탈 올 곱게 피어난 난초 꽃향기이기 때문이다. 해인의 벗들께 대장경의 천년의 혼과 천년의 빛 그 시작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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