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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불교나 선禪을 이야기 할 때 함께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도교道敎이다. 중국으로 불교가 처음 전해질 때 불교는 잠시 도교의 옷을 입었고, 그 후 사대부들에게 불교의 엄격한 계율이 어렵게 느껴질 시기 선은 노장老莊의 수행법을 빌어왔다. 불교 전래 시기 붓다라는 존재를 도교의 불노불사不老不死의 신선神仙으로 이해했으며, 지키기가 쉽지 않은 엄격한 계율은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마음의 구속이 없고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적의(敵意; 뜻에 맞음)’로 대체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당나라 이후 불교의 흐름을 좌우했던 사대부들의 구미에 좀 더 맞는 것이었다. 중국 도교의 역사와 개념은 매우 길고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실은 도교와 노장사상은 분명히 구분해서 설명되어야 하지만 여기서는 큰 관점에서 그냥 두리뭉수리 혼용하기로 하자.
도교는 중국인들의 생로병사와 현실구복을 주관하는 사고체계에 가까운 근원적인 것이다. 마치 우리 조상대부터 찾던 천지신명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 백성들에게 종교로서 불교는 다분히 도교와 교류하고 혼용되어 혼동을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다.
도교든 노장사상이든 가장 중요한 인물이 바로 노자老子이다. 노자는 춘추전국시대 철학 사상가로 공자에게 예禮를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혹자들은 노자는 당시 유가 사상에 대항해서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라고 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우주의 만물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진리에 ‘도道’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붙여졌으며 이에 따라 우주 생성의 비밀이나 음양론陰陽論과 같은 이론이 설명될 수 있었다. 이처럼 노자는 노장사상의 근본을 세운 인물이며 훗날 도교의 시조로 여겨지며 태상노군太上老君으로 받들어졌다.
노자에 대한 다른 전설 하나는 주周나라가 쇠망해가는 것을 보고 그는 진秦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함곡관函谷關에 이르렀을 때, 관문지기 윤희尹喜가 노자에게 책을 하나 써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5,000언言으로 이루어진 상 · 하편의 저서를 남겼는데 그것이 도道와 덕德의 뜻을 말한 《도덕경道德經》이다. 그 후의 행적에 대해 사마천은 《사기》에 \"아무도 그 뒤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라고 적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전설을 보태자면 노자가 서쪽으로 사라진 이야기에 덧붙여진 것이 바로 ‘노자화호설老子化胡說’이다. 이야기인 즉 노자가 함곡관을 지나 서천축西天竺 즉 인도로 가서 부처가 되었다는 것인데, 서진(西晉, 265~316)의 도사 왕부王浮가 지은 《노자화호경》에 전하는 이야기다. 중국의 역사에서 도교가 불교와 늘 합이 들었던 것만은 아니어서 도불道佛 간의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그럴 때 도교의 우위를 주장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같은 전설이 아니었겠는가 싶다.
대부분의 그림 속에 노자는 ‘늙을 노’자를 쓰는 인물답게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한 노인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더하여 때로는 소를 타고 가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아마도 도교에서 추구하는 불사不死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목계(牧谿; 13세기 후반)가 그린 <노자>는 대머리에 들창코, 두툼한 입술을 한 결코 잘 생기지 않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접힌 큰 귀와 길게 자란 엄지 손톱은 노자의 괴팍한 신비감을 표현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한편 묘하게 내려 앉은 강한 눈매와 마치 늦가을 마른 갈대와 같이 계산되지 않은 진하고 마른 먹으로 표현된 옷 주름 필선은 굴곡이 분명하여 좋은 조화를 이루지만 결코 노자 할아버지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웅변해 보이고 있다. 괴팍한 모습으로 치자면 달마의 모습이나 노자의 모습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달마는 노자 보다는 아주 조금 젊고(!) 머리에는 두건을 뒤집어 쓴 모습으로 서역풍의 얼굴을 풍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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