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성역화 운동을 확산시키자

천년 고도의 서라벌 남산
경주 남산은 옛 신라의 도읍이던 서라벌 남쪽에 솟아 있는 산이다. 서쪽에는 선도산, 벽도산, 옥녀봉이 솟아 있고 북쪽으로는 독산, 금강산, 금학산 등이 나란히 솟아 있다. 동쪽으로는 남산, 명활산이 솟아 있으며 멀리 토함산 연봉이 겹으로 둘러막고 있어 서라벌은 천연 성벽으로 둘러싸인 샘이다.
경주에서 남쪽으로 바라보이는 높은 봉우리는 높이 468미터 되는 금오봉이고, 그 남쪽에 높이 494미터 되는 고위봉(수리산)이 솟아 있다. 이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 개의 계곡과 뻗어 내린 산줄기들을 모두 합쳐 경주남산이라 부른다.
이 산에는 민무늬토기, 마제 돌칼, 고인돌 등 석기시대 유물 유적은 물론 신라 건국설화의 박혁거세 출생지인 나정(蘿井)이 있는 곳이다. 또 신라 국방의 심장부였던 남산 신성(新城)과 신라 천년역사의 막을 내린 곳으로 많은 비난과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포석정이 있다. 가히 역사의 산으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이 남산이 이러한 역사의 산으로서의 의미만이 아니라 불교인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신라에서 불교가 공인된 이후부터 남산은 천상의 부처님이 하강하여 머무는 산으로 신앙되어 많은 절이 지어지고 부처가 새겨지고 탑이 서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절터가112곳(이중에는 절에 예속된 암자 터라고 짐작되는 곳도 있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모두 독립시켜 계산한 숫자다),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나 입체로 된 불상올 모두 합하면 81체가 되고, 발견된 크고 작은 탑은 61기나 된다. 불과 5백미터 높이와 40여 계곡에 이토록 많은 불적이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래서 일찍이 「삼국
유사」에서는 이곳을 “절은 하늘의 별처럼 많고, 탑은 기러기 떼처럼 솟아있다”고 했다. 현대에 이르러서 많은 불교인은 이 곳 경주 남산을 ‘불교의 성지’로 칭하고 해마다 순례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또 최근에는 이곳을 성역화하자는 결사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형편이다.

남산의 유물유적
남산의 많은 유물 유적 중에는 이조 단종 때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이 임금의 숙부인 세조의 불의를 분개하여 숨어 살았던 은적골의 은적사 터와 용장골의 용장사 터가 있다. 우리나라 첫 한문소설인 「금오신화」가 집필된 곳도 이곳 용장사에서이다. 매월당은 용장사를 이렇게 노래했다.

용장골 깊어 오가는 사람 없네
보슬비에 신우대는 여울가에 움들고
벗긴 바람은 들매화 회롱하는데
작은 창가에 사슴 함께 잠들었네
의자에 먼지가 재처럼 깔렸는데
깰줄 모르네 억새 처마 밑에서
들꽃은 떨어지고 또 피는데

용장사는 이 골찌기의 주인격일 뿐 아니라 남산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대가람이었다고 한다. 통일신라 중엽에서 조선조 중엽까지 긴 세월을 두고 향연이 타오르던 대가람이었으나 지금은 돌축대만 남아있다.
이 용장사 터 유물 중에는 탑과 삼륜대 좌불이 잘 알려져 있다.
용장사 탑은 기단 밑에서 삼층 지붕까지 45미터 밖에 안되는 작은 탑이지만, 계곡에서 약 200미터나 되는 높은 바위산 그 자체를 하층 기단으로 삼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장골에 들어서니 동북쪽 산봉우리를 쳐다보면 흘러가는 구름이 걸릴 것만 같은 높은 봉우리 위에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의연히 서 있는 삼층석탑에 매료된다.
이렇듯 경주 남산은 자연을 파괴하여 인공의 위대함을 자랑하는 인도나 중국의 불적에 비해, 자연미에 인공을 보태어 더욱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 것이 일반적인 특정이다.
북 모양으로 생긴 기둥돌 세 개와 쟁반 모양으로 된 둥글고 넓은 반석을 사이사이 서로 바꾸어 3층으로 쌓은 대좌 위에 결가부좌한 부처를 모셔 놓은 것이 용장사 삼륜대좌불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용장사에는 높이 열여섯 자 되는 돌미륵상이 있었는데 이 절 주지로 계시던 대현스님께서 이 미륵상을 돌며 염불하셨다. 이 때 돌미륵상도 스님을 따라 머리를 돌렸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삼륜대좌불 높이가 대좌까지 합하면 열여섯 자쯤 되어 그 미륵상이 이부처가 아닐까 추측된다.
또 하나 경주 남산의 많은 부처님은 지나칠 만큼 훼손되어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삼륜대좌불처럼 머리 없는 부처님, 손이 없는 부처님, 코가 없는 부처님이 부기지수이다.
가파른 산비탈을 명지로 만들기 위해 높이 4미터 돌축대를 쌓아 불단을 만들고 이 위에 사방불을 모셔두고, 1.74미터 간격을 두고 병풍바위에 삼존대불에 새겨져 있다. 이 삼존대불과 사방불을 합치면 모두 칠불이 되는데, 옛 절의 이름은 알 길 없어 이제는 칠불암이라 부른다.
남산 유적 유물 중의 또 하나의 특정은 칠불암처럼 바위모양을 살펴 부처님을 새기거나 바위면을 다듬지 않고 새기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산을 신앙하여 산을 파괴하는 것을 두려워 하였다. 또 모진 비바람에도 끄덕없는 바위 역시 신앙의 대상이었던 까닭이다.
이렇듯 골짜기마다 절이 서고 바위마다 불상이 조성된 경주 남산은 인위적인 조작이나 기교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살리면서 훌륭한 불적을 이루었기에 신라 최대의 불교유적지임은 물론 세계적인 노천 박물관이요, 민족 최고의 불교성지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성역화 운동 전개
이렇듯 귀중한 남산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불적보존 및 복원산업을 이루고자 하는 운동이 불교인 스스로에게서 일어났다. 그 전부터 알만한 람은 다 아는 남산이기에 순례자가 적지 않은 형편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작년 11월3,4일 ‘제1차 경주남산 성역화 결사대회’를 갖고 「경주남산 성역화 결사본부」(본부장·(사)대원회 이사장, 목정배)를 결성했다. 서울 1백20명, 지방 80명, 「부처님 마을」(촌장 : 종광스님) 회원 1백명, 경주불교신도회 23명, 부산해양대, 부산여대 불교학생회 회원 40여명이 참석한 1차대회에서는 본부장과 12명의 운영위원을 선입하고 사무총장에 김형란(「불지사」 기획실장)씨를 임명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다음의 사항을 결의했다.
우리는 경주남산의 불적이 겨레의 가장 성스러운 지산임에도 오랜 세월동안 방치되고 유기되어짐으로써 그 존귀한 가치가 침식되어 민족적 문화유산의 손실은 물론 우리 일천만 불자의 신앙심에 오욕의 참담함을 안겨주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에 다음과 같은 성역화 결사를 펼쳐 신앙의 구심점으로써 민족정신의 뿌리로써 봉헌코자 한다.
1. 경주 남산 전지역을 위락행위 금지구역으로 설정하여 아울러 묘지사용 및 우범자 감호시설의 철폐를 강력히 추진한다.
2. 불적의 연구와 조사 그리고 파손된 불상과 탑, 사찰의 복원을 위해 사부대중이 힘을 합쳐 전문적이고도 계속적인 결사를 진행한다.
3. 신라 충담스님이 남산 삼화령에서 부처님께 차공양을 바치신 날을 기념하여, 매년 음력 3월 3일과 9월 9일을 경주 남산 순례의 날로 정하고 전국 불자들의 합동참배를 실시한다.
4. 이와 같은 결사를 원만히 진행키 위해 각 종단은 물론 관계 기관과의 협조를 도모하는 한편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펼친다.
작년 이 결의에 의해 올 4월 7, 8일 「경주남산 성역화 결사본부」는 제2차대회를 동국대 경주캠퍼스 정각원과 남산에서 가졌다. 「부처님 마을」「(다)대원회」「불교전통문화원」(원장·선혜스님)「전북불교대학」(학장·강건기 전북대교수)「불지사」등등의 대표와 회원, 그리고 불교관계 잡지·신문기자 3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부처님께 차를 올리는 ‘헌다의례’를 재현한 것이 특징이었다.
「경주남산 성역화 결사본부」는 현재 1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위에서 저명한 단체 이외에 「대한불교청년회」「대불청대구지구 보현사청년회」「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대한불교법사회」「대불청 울산지구」「불교방송국」「법보신문」「세계불교도우의회」「흥국사」(전남여수) 「대불련」월간「대중불교」가 더 있다.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분야의 4부대중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지평이 넓어서 장점도 각 단체의 성격과 위상이 차이가 있어 이의 결집이 쉬운 일은 아닐 듯 싶다. 그러나 「결사본부」의 한 실무자는 “현재 조직을 강화하거나 모양을 갖추는 일보다 여론화 작업이 중점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어설픈 체계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이 곳 남산을 더 다녀가고, 그래서 남산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불자가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나는 것이 희망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경주남산의 불교유적·유물을 소재로 10종의 카드 1만매를 제작·배포하고 20분용 슬라이드를 제작하여 전국 31개 시군을 순회하여 슬라이드를 상영하여 연 인원 1만여명에게 경주남산의 가치 동을 홍보하였다. 또 경주에 있는 회원들은 수시로 참배하고 오물을 수거하는 한편 타지의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이제 웬만한 사람은 경주 남산의 이름 쯤은 들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경주 남산이 예전보다는 훨씬 깨끗해졌다는 평이다.
「결사본부」이외에서도 경주남산을 순례하고 성역화하자는 결의가 최근에 있었다. 월간 「정토」(발행인 ·최석호)가 창간2주년을 기념하여 ‘제1회 신앙대회 및 경주남산 성지순례’를 4월 15 ·16일 양일간에 걸쳐 갖고 “36 곳곳에 부처님의 말씀이 울려퍼지는 지상정토 경주남산을 온 민족의 이름으로 성역화할 것”을 결의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곧 ‘부처님 오신날’을 맞는다. 모든 불교인의 마음은 한결 들뜨고 여럿이 모여 ‘등불’을 만들면서 덕담을 나누는 법우(法友)님도 맞을 것이다. 괜히 붕 뜬 기분으로 초파일을 보내지 말고 경주남산 성역화를 위해 모든 볼자가 조그마한 일 하나라도 했으면 싶다. 물론 종단차원에서도 전시용 행사는 가급적 줄여 경비를 절감하고 이 축적분으로 경주 남산 성역화 작업의 기금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떤 불사 보다도 의미있고 보람찬 일이 분명하지 않은가.
이제 「결사본부」의 발원문이 모든 불교도의 서원이 되어 노래로 불러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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