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제6회(2011) 조계종 학인논문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지게 스님의 논문 요약문입니다. 본 논문은 존재와 인식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인 유식무경을 현대적 관점으로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양자물리학과의 비교를 택하였다. 양자물리학은 대상을 바라봄에 있어서 대상물과 관찰자를 분리시키는 고전적 시각을 폐지시키고 세계와 인식주체를 하나의 틀 안에서 고찰해야 됨을 주장하고 실험을 통해 입증한 학문이다. 세계를 하나의 틀로 보려는 공통된 맥이 유식무경과 양자물리학을 관통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러한 관점에서 본 논문은 두 사상을 비교함으로써 유식무경의 현대적 언어로의 이해를 추구하고자 한다. 유식무경唯識無境은 오직 식의 존재만을 인정하고 대상(境)의 존재는 부정하는 사상이다. 여기서 대상(境)이란 무엇인가? 유식사상은 현상적인 존재를 ‘활동적인 식’과 ‘식에 의해 개념적으로 인식된 것’의 두 가지로 분류하고, 후자를 ‘인식대상(境)’으로 규정한다. 인식대상은 식에 의해 개념적으로 인식된 것이기에 언어를 본성으로 하는 사물이다. 유식은 경境에 속하는 색色과 명名의 실유성을 모두 부정하기에 무경無境에 이르게 된다.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대상은 인식주관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주관이 필요에 의해 파악할 의도가 있을 때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대상에 대해 이렇게 아는 것이 유식학에 있어서의 깨달음이며 이 깨달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오직 식만이 존재한다’고 자각하는 자기의 인식마저 허망한 것임을 깨닫는 것이 유식학에 있어서의 참된 깨달음인 것이다. 고전물리학의 개념은‘측정이라는 조작이 대상에 아무런 변화도 초래하지 않는 물리학’을 말한다. 이러한 입장은 인식주관과 인식객관의 철저한 분리·독립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 상대성이론과 원자물리학이 각각 발전하게 되자 고전물리학적 세계관의 모든 주요 개념들, 즉 절대 공간과 절대 시간, 기본적인 고체 입자, 물리 현상의 엄격한 인과성因果性, 자연의 객관적 기술이라는 이상 등은 산산이 부서졌다. 대상(境)에 대한 고전물리학에서 현대물리학으로의 인식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패러데이와 맥스웰에 의해 발견된 장(場, field) 개념으로 인해, 계系라는 전체론적인 입장에서 사물과 사건, 즉 대상을 본다. 둘째,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상대성이론에 의해 사물과 사건 그리고 시공간, 즉 모든 물리적 대상은 관찰자와 분리된 독립적 존재가 아니다. 셋째, 코펜하겐 해석을 이끈 여러 양자물리학자들에 의해 측정 과정과 분리된 물리량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으로, 측정 대상이라는 말 가운데에는 이미 측정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의 이 혁명은 관찰자와 측정 행위의 주체인 인식주관(識)이 물질계에서 분리될 수 없는 근본적인 작용을 한다는 가장 확실한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였다. 양자역학은 물질과 빛이 연출하는 모든 현상들을 서술하며, 특히 원자 규모의 미시 세계를 주된 대상으로 삼는다. 즉 극미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탄생한 학문이다. 양자역학이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이 이러저러한 힘을 받으면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물리학은 물리량의 양자화와 파동-입자의 이중성이라는 두 가지 사실 위에 성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양자역학이 낳은 결과는 이 세상의 모든 만물들은 파동성과 입자성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파동과 입자를 구별할 만한 기준 같은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양자역학은 장場과 파동, 그리고 입자라는 개념들을 하나의 실체로 통일시켜버렸다. 이것은 사물과 세계의 속성을 각기 다른 개념, 즉 장場과 파동, 그리고 입자로 파악하려던 고전물리학의 관념이 폐기되었음을 의미한다. 사물과 세계, 즉 대상(境)의 속성은 하나로 귀결되며 다만 진동수의 차이에 기인할 뿐인 것이다. 인간의 전오식(前五識 : 안이비설신)이 감별할 수 있는 진동수의 영역이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과 세계일뿐이다. 결국 우리에게 인식되는 대상(境)은 전오식前五識의 감별영역 내에 속하고, 우리의 전오식에는 감별되지 않지만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대상(境)은 6식(意識)의 분별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후자는 언어로 개념화하여 파악될 수밖에 없는 대상(境)이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부분은 측정 행위가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불확정성원리(uncertainty principle)’이다. 어떤 대상을 측정할 때 당연히 오차가 존재하지만, 여기서의 불확정성은 가장 이상적인 실험 환경에서 측정을 한다 해도 결코 0으로 만들 수 없는 오차를 의미한다. 불확정성원리는 위치와 속도의 정확한 측정이 서로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 이외에,‘에너지’와 ‘에너지를 측정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상보적인 관계임을 증명하였다. 양자역학은 어떤 정확한 양의 에너지가 어떤 정확한 시간에 존재하는 상황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위치와 속도의 상보적 관계가 측정 장비나 측정 방법에 상관없이 모든 물체에 대하여 항상 성립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증명해냈다. 불확정성원리는 우리의 인식주관(識)이 인식대상(境)의 위치를 파악하려는 그 순간 인식대상은 이미 그 위치를 벗어나 다른 곳에 있다는 과학적인 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대상은 우리의 인식주관이 인식하고자 하는 것과 인식 가능한 것만의 총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로써 인식주관이 인식주관(識) 밖으로 나가 인식객관(境)을 파악하려는 의도 안에서만 인식객관은 존재한다는 유식무경의 주장이 입증되는 것이다. 우리는 외부의 세계가 우리 안의 세계보다 훨씬 더 실질적이라는 사실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그 반대이다. 즉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외부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