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티베트, 조계종이 할 일

 
지난 2월 22일은 티베트 사람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로사(Losar), 즉 설날이다. 어느 나라와 민족이든 새해 첫 날인 설날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엔 희망이 깃들기를 발원하고, 축하한다. 그러나 티베트의 이번 설날은 축하 분위기가 아니다.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롭상 생기이 총리의 특별한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불교TV 보도에 따르면, 티베트 망명정부가 올해 \'로사\' 기간에 축하의식을 거행하지 않기로 했다. 불교TV는 CNN IBN LIVE뉴스를 인용, 스님들의 연이은 분신과 중국정부의 유혈탄압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CNN IBN LIVE뉴스는 20일 티베트 망명정부 롭상 생기이 총리가 “이번 새해를 축하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심경을 밝혔다고 전했다. 롭상 총리는 “축하의식 대신 중국정부의 탄압정책으로 고통 받고 희생된 티베트인들을 위해 사찰에 가서 전통의식에 따라 등(燈) 공양을 올렸으면 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티베트 국회의원과 망명정부와 주요단체는 22일 하루 동안 티베트인들을 위해 단식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티베트의 현대사는 비극의 연속이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19세기 제국주의 영국의 야욕은 티베트를 비껴가지 않았다. 티베트인들은 영국에 저항했고, 1888, 1904년의 대규모 전투를 치렀다. 청나라는 영국과 조약을 체결해 영국의 티베트 지배를 인정하고 말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차 대전 후 제국주의가 물러갈 것으로 알았으나, 중국의 지배가 시작되었다. 1959년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군대를 투입했다. 달라이라마 14세와 10만여 명의 티베트인들이 고향을 떠나 인도 다람살라에 임시정부를 설립했다. 1965년 9월 중국이 티베트자치구를 선포함으로써 티베트는 중국의 지배에 들어갔다.
 
티베트인들의 독립과 자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2008년에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중국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투옥됐다. 중국정부는 일체의 시위를 불허하고 무력으로 진압하는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럴수록 저항은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스님들의 분신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10대 스님들까지 분신으로써 항거하고 있다.
 
롭상 생기이 총리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특히 현지의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철저히 차단돼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국제사회에 전달할 기본적인 정보를 얻기 어렵고, 티베트인들에게 어떤 탄압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마침 조계종 중앙종회 분과위원장들이, 중국의 티베트 탄압을 “묵과할 수 없는 준엄한 사태”라고 규정하고 중국정부에 항의의 뜻을 공식적으로 나타냈다. 분과위원장단은 2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정부의 티베트 탄압 중단을 촉구합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분과위원장단은 성명서를 통해 “중국정부는 티베트인들을 향해 발포와 무차별적인 구타 등 무력탄압을 자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신을 단행한 티베트 스님의 법구를 돌려달라는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등 반인륜적인 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위가 발생한 지역의 전화, 인터넷 등 모든 통신수단과 도로를 통제하고, 외국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 티베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식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라고 최근 티베트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이에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상임분과위원장 일동은 중국당국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티베트 사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준엄한 사태로 규정하고, 티베트 평화와 자유를 갈망하는 세계인과 함께 중국당국의 탄압 행위를 엄중히 경고하고자 합니다. 또한 소신을 단행한 이들의 신병 양도를 비롯하여 주둔 군대의 조속한 철수, 양심수 석방, 승려에 대한 충성 강요 행위 및 강제 이주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라고 밝혔다.
 
분과위원장단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총무원 집행부에 진상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티베트 문제에 대한 종단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총무원은 미온적이다. 6월 WFB 한국대회에 많은 중국대표단이 오는데, 이를 앞두고 중국불교와 중국정부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총무원 대변인인 기획실장 정만 스님은 “종교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예민한 부분이 있어 고민이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국가 간의 문제이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더라도 국가적 제약이 있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 해도 중국정부가 여러 가지 판단을 하겠지만 우리 정부 입장도 있기에 무시하고 우리 임의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실장의 발언을 전해 들으며, 조계종 총무원이 왜 우리 정부와 중국정부의 입장을 상황판단의 중심에 놓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총무원은 스스로보다는 우리 정부와 중국정부의 산하기관도 아니고 협력기관도 아닌데 말이다. 총무원에게 중국과 티베트 사이의 오래 된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인간과 집단이 지닌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문제에 대해 자비를 근간으로 삼는 조계종이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일 뿐이다.
 
티베트를 포함한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경제 성장을 통해 티베트인들과 소수민족을 달래는 한편 한족을 이주시켜 소수민족의 극소화를 꾀했지만, 독립과 자치를 요구하는 시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시위를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현실의 사태가 그것을 웅변하듯이 보여준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자기들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고 공유하면서 삶을 이어간다. 이런 동질성을 공유하면서 개인들은 민족 또는 국가를 만들어왔다. 대외적으로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집단을 유지해간다. 중국이 티베트를 지배한 기간은 50년이다. 티베트는 여전히 중국이 아닌 티베트일 뿐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티베트는 지리적으로 우리에게 먼 나라이다. 문화적으로도 교류가 거의 없어 낯설다. 그렇지만 나라를 빼앗긴 고통과 슬픔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불교도로서 함께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현하려는 발원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멀지만은 않은 나라가 티베트이며, 티베트 사람들이다. 불교도로서 평화적인 시위에 총격을 가하고 곤봉을 휘두르는 행위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교도가 아니어도 어찌 충격적이지 않겠는가.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지금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은 폭력을 멈추라고 중국정부의 귀에 외치는 것이다. 그리고 폭력을 두 팔 벌려 막는 일이다.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다. 폭력에 반대하는 일은 인간에 대한 예의이며, 티베트인들을 특별히 살피는 것은 불교도로서의 동질감을 표시하는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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