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삼천배를…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해온 대학시절 사찰에서 방학을 보내곤 했었다. 대학입학 후 첫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탄허 큰스님의 소개서를 갖고 혼자서 월정사를 찾았다. 당시 마장동에서 진부행은 하루에 2번. 월정사에 도착하여 큰스님 소개서를 내보이니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고 큰스님이 사용하시는 방산굴의 방을 내주셨다. 다른 학생은 2인이 한방을 쓰는데 나는 혼자서 독방을 사용하였다. 당시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부끄러운 마음 감출 수 없다.
불교신문을 통해 죽산리에 소재한 도피안사에서 매월 첫째 토요일 3000배 참회정진기도가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평소 관음정근만 하던 터라 동참하고 싶은 마음에 유선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동참 접수를 하였다. 마침 그날은 성도절이었고 오후 9시에 예불 대참회문 백팔배를 시작으로 《현재현겁천불명호경》에 의한 천배, 정근과 염송으로 익일 4시 40분까지 삼천배를 마쳤다. 마치 치악산이나 설악산을 종주했을 때처럼 몸은 욱신거렸지만 마음은 무척 가벼웠다.
다녀와서 내자와 아들 딸에게 서원을 더욱 굳건히 하고 꼭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 평소 관음정근을 하지만 이번에 삼천배 참회기도에 동참해보자 하니, 모두 찬성이나 딸이 학교일정이 있어 어렵다 하여 아들과 둘이 하기로 하였다.
그러고 나니 며칠 전부터 긴장이 된다. 일기예보는 연일 대설과 함께 입춘 꽃샘추위가 있을 거라 하니 모처럼 아들과 동행 길에 눈이라도 쌓여서 못 가면 어쩌나? 아들이 감기라도 들어서 못가겠어 하면? 혼자라면 아무 문제도 아니지만 아들과 함께 하는 삼천배 기도이다 보니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다.
어릴 적에 할머니, 어머니 따라 절에 가는 일은 즐거웠다. 특별히 절에 가니 좋은 게 아니고 막내란 이유로 형·누나를 제치고 우선권이 있으니 우쭐하기도 하고 스님은 갈 적마다 떡이나 곶감, 엿을 주셨기 때문이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해온 대학시절 사찰에서 방학을 보내곤 했었다. 대학입학 후 첫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탄허 큰스님의 소개서를 갖고 혼자서 월정사를 찾았다. 당시 마장동에서 진부행은 하루에 2번. 월정사에 도착하여 큰스님 소개서를 내보이니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고 큰스님이 사용하시는 방산굴의 방을 내주셨다. 다른 학생은 2인이 한방을 쓰는데 나는 혼자서 독방을 사용하였다. 당시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부끄러운 마음 감출 수 없다. 어찌 큰스님 방에 짐을 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더욱이 큰스님이 사용하시던 책상, 남포등, 촛대 모든 것을 그대로 사용하였으니 황송하기 이를 데 없다.
무명의 초라한 학생에게 큰 사랑을 베풀어주신 탄허 스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탄허 큰스님곁에 계시던 스님은 지금도 내가 형님이 필요하면 자상하신 형님으로 때론 큰스님으로 찾아뵙고 있다.
월정사는 워낙 청정하고 서늘하여 모기도 없다. 간간이 들리는 소쩍새 소리는 산사의 적막함을 달래주고, 흰색, 보라색으로 군락을 이루어 흐드러진 도라지꽃은 그 청초함이 크게 돋보여 깊은 산사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지금까지도 꽃중의 꽃은 도라지꽃이란 생각을 바꿀수 없고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노력했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 어린 시간이었다.
그러한 인연 때문인지 강원도 원주 소재 대학에 전임으로 발령받으니 원주가 제2의 고향이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태아적부터 부처님을 뵈었고 젖먹이일 때는 아빠가 공부했던 방이라고 방산굴도 보여주었다. 내심으로는 아이들이 모두 불자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리라. 부모는 절에 다니고, 아이들은 교회에 다닌다면 어찌되겠는가? 가족문화가 달라지고 자칫 부자지간에 불협화음을 초래할 수 있다. 큰아이가 중학생일 때는 삼복더위에 구인사에서 4박 5일 기도를 같이 했고, 삼광사에서는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탑돌이를 하고 코트도 벗은 채 백팔배를 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각자의 방에서 잠들기 전 관음정근을 한다.
우연의 일치라 할까. 내가 대학 1학년 때 월정사에서 처음으로 했던 것처럼 아들이 대학 1학년 방학인 지금 처음으로 삼천배를 하겠다고 하니 대견스러웠다.
잘 해낼 거라 믿지만 미덥지 않아 하다가 󰡐힘이 들면 앉아서 정근을 해도 된다.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너는 백팔배 기도·4박 5일 기도도 해보고 늘 관음정근을 하고 있으니 이번 삼천배 기도도 잘 할 수 있을 거다. 또 초등학교시절부터 치악산 등반도 수차례 하지 않았니?󰡑 하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평소 아들과 딸은 0순위, 아빠는 1순위라는 가족고가를 고수하는 내자도 걱정되는지 아들휴대전화는 연방 울려댄다.
아들은 힘이 드는지 절하는 모양이 무척 어설퍼 보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아침 예불까지 모두 마쳤다.
아들아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예불대참회 백팔배부터 시작했듯이 기도는 참회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마음도 맑아지고 지향해야 할 목표도 정립되고 지혜도 생긴다.
어느 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성취하면서 꾸준히 노력하고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다. 이런 지혜는 기도에서 온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큰 바위를 뚫듯이 매일 행하는 기도는 너를 향상시켜줄 것이고 또한 큰 지혜를 줄 것이다.
아버지로서 늘 맑은 마음으로 성실히 노력하면서, 처염 상정하고, 아들이 원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덧붙인다.
그동안 생활하면서 어려움이 있을 적마다 기도로써 한 고비, 한 고비 잘 넘겼다고 생각된다.
소속한 대학에 분규가 발생했을 때, 나에게도 큰 어려움이 닥쳤다. 그때에 그러했고, 내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그러했다. 요즈음엔 늘 주머니 속에 관세음보살 호신불을 넣고 다니면서 가까운 분들에게 하나씩 드린다.
아이들의 대입, 고입을 앞두고 일한문화교류기금 초청으로 와세다 대학에 1년간 머무르게 되었을 때 많이 망설였으나 부처님의 가피로 모두 다 잘 되었다.
이번 겨울방학은 어느 때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만배기도에 동참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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