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봉정립高高峯頂立 심심해저행深深海底行 때로는 높이높이 산 위로 솟아오르고 때로는 깊이깊이 바다 밑에 잠기라. 수행자의 기상을 나타내는 옛 선사의 게송이다.물은 스스로 낮아지는 속성을 가졌다. 가장 높은 허공 속에 머물다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며 만물을 소생시키고 찌든 때를 맑혀 준다 그리하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어서는 세상 온갖 것들을 다 받아들여 삭이는 넓은 가슴이 된다. 가끔 삶에 지칠 때면 산곡山谷을 찾는다. 온 밤을 지새며 맑은 기운들을 모아 한 방울의 이슬로 탄생시킨 단풍잎 끝에서 아침 햇살이 보석처럼 빛난다. 바위에 걸터 앉아 상념에 젖는다. 저 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나는 또 이 사바에 어떤 인연으로 왔으며 결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끝없이 흐르는 물을 보며 내 안에 흐르고 있는 마음의 흐름을 살펴본다. 이슬 한 방울이 마침내 큰 바다를 이루듯이 내 마음에 일어난 한 생각들이 모여 인생을 흔드는 업業을 만들기 때문이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다. 삶에 변화가 없으면, 마음을 낮추어 끊임없이 흘러가지 않으며, 그 사람 인생은 침체된다. 삶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흐르는 강물처럼 늘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저 무는 가을 산사에서 내려오며 내 삶이 더욱 겸허해지길 발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