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일출이 내 가슴을 흔들었던 2007년 한 해도 이제는 한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이쯤 되면 누구나 한번쯤“지난 1년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를 떠올려볼 것이다.
나 역시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별로 해놓은 것 없이 세월만 보낸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

황금돼지해의 그 눈부시던 태양을 보며‘후회 없이 살자…’라고 몇번이고 외쳤건만, 지금 그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삶을 쫓아가느라 애쓴 나 자신만을 발견할 뿐이다. 가당찮게도 선사의 말을 빌려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초발심시변정각’이라고. 처음 마음을 낸 그 순간이 바로 깨달음의 자리라고… 또 초심을 들먹거리게 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후회’라는 것을 하게 된다. 크게는 내 인생을 바꿀 만한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하게 되고,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며 잘해주지 못한것에 후회하게 되고…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일 투성이다.

하지만, ‘그때 이렇게만 했어도…’라며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있으랴?
문득 어느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사람은 무엇보다‘상황판단을 잘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상황판단을 잘 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복덕과 지혜 모두를 구족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는 부처님의 제자이지만 세상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올바른 판단을 내린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매번 무릎을 쳐가며 후회할 수밖에….

한 TV드라마에서 유행했던 노래가 있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돌리고 돌리고…하며 코믹스럽게 춤추며 노래 부르던 배우의 모습을 보며 배꼽을 잡았었다. 이 노랫말은 그대로가 법문이었다. 있을 때 잘못해서 후회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네 인생은 후회의 다 반사라고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건강이라는 것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이라는 것은 잃고 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임을 알고 있지만, 누구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버리기 쉽다. 하지만 그것을 잃어버리고 난 후에는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이미 되돌리기엔 늦어버렸지만 말이다.

오리의 깃털은 물에 젖는 일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오리의 꼬리부분에 작은 기름주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오리는 입에 그곳의 기름을 묻혀 깃털에 문지르기 때문에 그 깃털은 물에 젖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오리는 항상 물에 떠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리가 평소에 깃털을 잘 간수하듯,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도 건강할 때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의 몸은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법당에 좋은 부처님이 계신다면 금상첨화일테니까….

비단 건강뿐 아니라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 형제, 그리고 친구들….
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소홀히 대하는 경우가 참 많은것 같다.
언제든 내 곁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소중한 사람들도 언젠가는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갈 텐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듯 하다. 늘 떠나보낸 후에 눈물 흘리며 후회하게 되니 말이다.
회한의 눈물은 눈만 아픈 법인 것을 알아야 한다.

레오 톨스토이는“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지금 이순간, 내 곁에 함께 있는 사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것은 나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행복했던 날들이 모여 바로 오늘을 만든다는 사실은 다를 수 없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안다면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간다면‘일일시호일’날마다 좋은 날이 되지 않을까? 후회 없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은 날이 날마다 좋은날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구? 이미 알고 가는 인생이니까….
인생의 마지막장에선 후회로 가득 차리라는 것을 알기에 이미 충분히 노력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