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대 소임자의 비애


강원에는 화대火臺라는 소임이 있습니다.
스님들이 생활하는 큰방에 공부하기 알맞은 온도를 맞추기 위해 보일러 온도설정과 환기등의 조절을 담당하는 소임입니다. 1995년 부터 보일러로 바뀌어 편리해 졌지만 예전에는 장작아궁이를 직접 땠었으니 조금 까다로운 소임입니다.
1996년 장작에서 보일러로 바뀐 지 1년 되는 해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반에 화대소임자가 뽑혔습니다. 열심히 배워가며 소임을 보던 중 하루는 불 조절을 잘못하여 방이 조금 뜨거워졌습니다. 당연히 윗반에선 그냥 넘어가질 않습니다. 우리반은 운도 없어서 윗반스님만 40명이 넘었는데 개중 지독히도 그것을 꼭 물고 늘어지는 스님이 있습니다. 승기반장이라고나 할까요?

“치문반 화대소임자 스님, 누비입고 가사장삼 두벌씩 수하고 금강경 들고 오세요.”

도반스님은 죽었다는 표정으로 누비입고 가사장삼 수하고 불려갔습니다. 윗반 스님들의 재미있어하는 표정도 보입니다. 무릎 꿇고 않아 이런저런 좋은 말로 경책이 이뤄졌고 그 자리에서 금강경 독경하며 한 시간을 시달려야 했습니다. 방은 뜨거운데 누비입고 무릎 꿇고 않아 긴 시간을 독경해야 하는 이 스님의 고충, 짐작하고도 남을 일입니다. 땀이 비오듯하는데 다행이 경책이 끝나갔습니다. 상반 스님께 인사하고 휘청거리는 다리를 추스르며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는데 멀찍이서 다른 윗반스님이 다시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화대스님 지금 그 상태로 지대방으로 오세요.”

스님이 지대방에 들어가니 웬 이불이 곱게 깔려있었습니다.
“스님, 이불에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누워있으세요…….”
아~ 방도 뜨거운데 친절히도(?) 이불까지 깔아주고 누비입고 누워있으라니 주먹만 안들었지 생사람 잡는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도반스님은 한 시간 동안 이불싸우나를 무사히 마치고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화대소임을 매끄럽게 잘 보는 보일러의 도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이런 고문성 경책은 많이 사라졌지만 해제하고 반모임 할때면 재미있었던 추억담을 얘기하며 과거를 추억합니다.
아랫반을 경책할 때도 적당한 유머와 육체적 제어를 통해 승려로서 살아가는 기초를 탄탄히 갖추게 한 윗반스님들이 살짝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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