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깨복쟁이 친구가 70년대 말 휴전선 철책근무를 하며 경험했던 일입니다. 북쪽의 병사가 설날에 대남 선전용 확성기로 자랑합니다. ‘이보라우 남반부 동무들!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 덕분에 오늘 아침 잇밥(이팝=쌀밥)에 고깃국 먹었지비. 너네들은 못 먹었지?’ 친구와 동료병사들은 허허로이 웃었답니다. 얼마나 못살면 70년대 말까지 쌀밥에 고깃국 타령일까 그것도 설날 아침에 말입니다. 요즘 시골의 가로수에 하얀 눈 내린 듯 흰꽃이 만발한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봅니다. 이팝나무입니다. 이 나무의 꽃이 필 때 농촌은 모내기철 즈음이며 예전에는 가장 배고플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꽃의 발화정도에 따라 그해 농사의 길흉을 점치기도 합니다. 많이 피면 풍년 적게 피면 흉년이라고요. 꽃의 생김을 가까이서 봐야 왜 이팝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정말 흰쌀 밥알 같은 꽃이 달렸습니다. 쌀밥 먹기 힘든 시절 더욱이나 춘궁기에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꽃을 보고 밥을 생각했겠습니까? 그처럼 슬픈 꽃이기도 합니다. 70년대 말 북한병사가 쌀밥에 고깃국 먹은 것을 자랑했지만 딱 그 싯점 우리네 중에 많은 사람들도 쌀밥 고깃국을 자랑해야 할 형편에 있던 이가 왜 없었을까요. 2012년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며칠 앞둔 지금도 밥 한 그릇에 온힘을 쏟아야하는 우리 이웃이 분명 있을 겁니다. 자비로운 부처님이 되고자 하고 닮고자 하는 우리 불자들은 배고프고 어려운 이웃을 부처님께 예경하듯 해야 할 일입니다. 금년 이팝나무에는 꽃이 만발했으니 풍년이기를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