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와 5조 수련생들은 모두 발우를 다시 펴세요.” 강한 어조의 스님의 말에 해당 수련생들의 한숨 소리와 나머지 수련생들의 안도하는 눈빛이 교차되었다. 수련생들은 두 조씩 마주보게 옆으로 몸을 돌려 가부좌한 자세로 앉아있었기 때문에 6조에 속해 있던 나는 5조 수련생들의 당혹해하는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5조 수련생들은 곧 매 맞을 학생들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발우1)를 폈다. 해당 조의 천수통(千水桶:퇴수물통)2)을 든 사람이 앞에서부터 발우에 그 물을 나누어주었다. 퇴수물통은 식사를 끝내고 각자 발우를 씻은 물을 모아 놓은 통이다. 만약 우리 조가 그렇게 되었다면 설거지를 한 물과 다름없는 그 물을 받아 마실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는 만감이 일었다. 퇴수물통을 든 사람이 차츰 앞에서부터 뒤쪽으로 오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중년의 여자 분이 발우를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도르르’ 퇴수물이 그릇에 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물이 찻물이면 좋으련만 길게 이어지며 들리는 또렷한 그 소리에 내 마음에는 ‘이제 그만’이라고 외침의 소리가 메아리쳤다. 퇴수물을 받은 그 분은 사약을 받은 것처럼 그릇의 속의 물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잠시 후 결심한 듯 “관세음보살”하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시더니 눈을 질끈 감고 꿀꺽하며 단숨에 들이켰다. 순간 목에서 ‘욱’하며 올라오는 메스꺼움을 애써 잠재우니 기도하시는 평안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하나 지켜보던 나도 그 물을 같이 마시는 듯이 올라오는 거북한 느낌을 잠재우고 ‘관세음보살’을 같이 되뇌었다. 아! 모든 게 불구부정(不垢不淨)이라고 했는데 순간 깨끗하다 더럽다하는 분별하는 생각을 없애버렸다. 원효대사께서 어둠 속에서 해골에 고인 물을 모르고 마실 때는 단물이었는데 밝음 속에서 알고 나서 역겨움을 느꼈다. 그 후 원효대사는 모든 것이 마음속의 헤아림이라고 느꼈다. 이들도 불구부정이라는 이 과정을 단숨에 뛰어넘는 것이었다. 단체생활에서 퇴수물을 먹는 사람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이나 똑같이 벌을 받는 시간이지만 막상 실행에 옮겨야 하는 분들의 심정에는 비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한 사람이 오히려 더 마음을 닦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참여한 사람들은 짧은 기간이나마 출가한 스님처럼 생활해보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지도 스님들께서는 수련생들에게 출가한 행자들처럼 의식을 가르치고 습관을 들이게 하기 위해서 엄격하다. 수련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절 생활을 하면서 마음속에는 걸림이 일어나는 순간이 많았다. 이전의 길들여진 행동과 사고는 다른 환경에서 문화의 저울질을 하였고 기존의 자신을 무너뜨려야 하는 신선한 경계가 수시로 일어났다. 발우 공양을 하는 예법은 매우 생소했다. 수련생들은 스님들의 지도를 따르며 게송들3)을 외우며 절차에 따라 식사를 해야 했다. 그 중의 오관게(五觀偈)4)가 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러워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합니다. 스님들은 배를 채우고 맛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삼보와 사중(四重, 국가, 부모, 스승, 시주)의 은혜를 갚고 삼도(三途, 지옥, 아귀, 축생)중생의 고통을 건지기 위해서 먹고 마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같은 음식을 똑같이 나누어 먹으므로 단체와 화합하는 의미도 있다. 그릇소리조차 내지 않고 묵언한 분위기에서 하는 공양법은 복잡한 절차로 인해서 모든 과정들이 엄격하고 느리다. 자신의 발우를 들어 한 술의 음식을 입안에 넣는다. 발우와 수저는 정해진 자리에 내려놓고 허리를 펴고 반듯한 자세로 앉아 음식을 씹어 삼킨다. 음식을 입 속에 넣고 씹어 삼키는 과정도 내게는 수행으로 느껴졌다. 그 과정을 따라하면서 마음에는 읊조린 게송들의 의미가 전해져 왔다. 퇴수물을 나누어 마시는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스님께서 말씀을 들려주신다. 퇴수물통에 담긴 물(千手水)5)은 아귀들에게 보시한다고 한다. 아귀들은 목구멍이 바늘구멍과 같아서 큰 음식물은 삼킬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발우를 씻은 물만 감로수처럼 마실 수가 있다고 한다. 스님께서 우리는 얼마 전의 세월만 해도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가난한 세월이었는데 조금 살게 되었다고 음식을 너무 낭비한다고 말씀하셨다. 음식의 맛을 찾아 쫓아가는 사회는 이미 낭비가 심한 사회라고 한다. 미식가들이 먹거리를 찾아 유명음식점을 찾아 즐기는 사회가 되었고 가벼운 먹거리도 풍부해서 먹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즐거운 소일거리가 되었다. 그런 풍조 속에서 사람들이 남겨서 버리는 음식들도 가득하다. 나는 도를 이루기 위해 육신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의 정도로서만 음식을 섭취하겠다는 수행자들의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에 고개가 숙여졌다.------------ 발우(鉢盂): 발(鉢)은 인도말(범어)로 발다라(鉢多羅)의 약칭, 우(盂)는 중국말(한자)로 그릇이라는 뜻으로 응량기(應量器)라 한다. 각자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양에 따라 공양하는 그릇이라는 뜻이다. 부처님과 수행하시는 스님들의 식사법으로 단순한 식사법이 아니라 수행의 한 과정으로 행하기 때문에 법공양이라고 한다. 발우는 부처님이 성도 후 트라프사와 바루리카라는 두 우바새로부터 최초의 공양을 받을 때 사천왕이 바친 4개의 발우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천수통(千水桶): 절에서 스님들이 공양을 한 다음에 발우를 씻은 물을 거두는 동이. 발우공양 때 게송: 회발게(回鉢偈), 전발게(展鉢偈), 십념(十念), 봉발게(奉鉢偈), 오관계(五觀偈), 생반게(生飯偈), 정식게(淨食偈), 삼시게(三匙偈), 절수게(絶水偈), 해탈주(解脫呪) 등 오관계(五觀偈) :음식을 먹는 이유가 중생들과 법(法)을 위함이니 이 밥먹고 부끄럽지 않은 출가사문이 되겠다는 뜻이 들어있다. 計功多少量彼來處/ 忖己德行全缺應供/ 防心離過貪等爲宗/ 正思良藥爲療形枯/ 爲成道業應受此食 천수수(千手水): 발우 씻은 물을 千手水라 하는데 그것은 공양방 천장에 千水呪를 써 붙여두어 천수물에 비치게 해서 千水呪의 위력이 물에 더하여져서 아귀들이 먹고 고통을 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