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이라는 제목으로 달 하나만을 화폭에 옮겼다면 그림으로서 얼마나 싱겁고 무가치할까? 다시 그 화폭에 조각구름과 먼 산을 감히 가필하였다면 그 그림의 품위가 어떻게 달라져 있었을까?원효 스님께서 13세 되는 아들 총과 함께 경주 분황사에서 가을 한 철을 같이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낙엽이 쌓인 어느 날 원효 스님께서 총을 불러 총아 도량 청소를 깨끗이 하여라. 분부하니 총은 있는 정성을 다하여 깨끗이 쓸고 닦았으나 세 번까지 거듭거듭 분부하고 이른 다음 웬일인지 마음에 들지 않은지 총아 오늘의 도량 청소는 이렇게 하느니라. 말씀하시고 주장자를 높이 쳐들어 분황사 도량에 서 있는 은행 나뭇가지를 탁 후려쳤다. 깨끗이 쓸어놓은 가을날 절 도량에 가랑잎이 나풀나풀 내려앉는다. 상상해 보십시오. 이 얼마나 멋있는 가을날의 절 도량의 풍경입니까. 참멋이란 화폭이 없는 차원이 높은 아름다운 그림이 아닐까요. 고요 깨끗이 쓸어 놓은 절 뜨락에 나풀나풀 내려앉은 가랑잎 두어 개 바람에 나부껴 뒹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