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색문수안山色文殊眼 수성관음이水聲觀音耳

동안거를 해제하니
대중스님네들 썰물처럼 나가고
북적대던 정초기도객들
발길도 뜸해서
산중山中은 어느덧
적정삼매寂定三昧에 들어 있다.
며칠 전에 봄눈이 와서
설화雪花가 활짝 핀 모습에
반장행자님과 감탄스레
지켜보았으나
몇 시간 못 가서 󰡐봄눈 녹듯이󰡑
금방 나뭇가지를 드러내니,
아름다움이 생성했다가
업력業力이 다해
소멸해가는 현상계의
무상본질無常本質을 일러주었다.
가야산의 봄은 늦다.
산기운은 춘색春色을 뿜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하나
가야산 동장군의 추위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극락전 채마밭엔 아직 눈이
조금 덮여 있지만
3월에 씨감자 사서 분내고
4월에 밭 갈아 심을 생각을 하니,
마음은 한결 봄이 된 듯
󰡐포근포근󰡑하다.
고요한 아침,
옛 식으로 된 해우소에서
엉덩이 꺼내 앉았을 때
스치는 바람결이 부드러워지고
온기가 있는 걸 보면
아~ 이 산사山寺에도
봄이 오긴 오는구나 느낀다.
해질 무렵 정수당 뒤편
처마밑 툇마루 끝에
연둣빛 봄녹차 향기 배어 있는 듯한
󰡐다로경권茶爐經卷󰡑이 인쇄되어
도착돼 있는 것을 보니,
지금쯤 지리산 화개골엔
야생 녹차 새순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을
상상이 저절로 일어나서
이른 봄 찻잔 그득히 맑은 향에
취하는 햇차 생각이 간절해진다.
봄이 되어 삼짇날
가야산 중턱 마애부처님께
햇차 공양 올리고,
곡우 때 찻잎 비비러
화개로 가던 시절이 그립다.

봄, 봄은 이곳 가야산 해인사로
입산출가入山出家 하기에
안성맞춤인 계절이다.
뒤로는 가야산 상봉에서
앞으로는 남산제일봉에서 밀려드는
산뜻하고 향긋한 봄의 향취가
가득해지고 나뭇가지에 돋아난
새순들이 따스한 봄바람에
하늘거릴 때,
해인사海印寺 행자실行者室에
입방하여 진리眞理를 향한
분명한 구도求道의 의지를
발현하는 것보다
의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해인사 행자실은
유서깊은 전통과 엄격하고
절도있는 법도로 유명한데,
이번 31기 행자님부터는
변화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무겁고 힘든
후원 소임의 1/3을 줄이고
그로 인해 얻어진 시간을 다양하고
향상된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존에 실시되던
󰡐수계교육受戒敎育󰡑-초발심자경문,
사미율의, 염불, 기초교리-은
좀더 시간을 늘리고
내용을 심도 깊게 하며
신설된
󰡐일반교육一般敎育󰡑 프로그램은
첫째 장차 스님으로서 지녀야 할
소양과 지식을 광범위하게
쌓는 시간,
둘째 현재 해인총림에
주석하시는 유명한 선사禪師,
율사律師, 강사講師 큰스님들의
가르침을 받는 시간,
셋째 참선, 요가, 산행 등
호연지기를 기르고
심신을 수련할 시간 등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금번에
교구본사의
󰡐행자교육원장行者敎育院長󰡑
소임이 새롭게 마련되었는데
입산출가하기 위해 온
예비행자 때부터
본격적인 소임을 맡아서
행자생활을 하여 수계를 할 때까지
전과정에서 상담과 조언,
배려와 보살핌을 아끼지 않으실
극락전 효광 큰스님께서
초대로 맡게 되셨고
방장스님과 주지스님 이하
대중스님들의 기대가 큰 편이다.
이와같이 다양하고
양적 질적으로 향상된
행자교육 프로그램이 정착되고
완성되어서 입산출가하려는
사람의 체계적인 교육과
전국의 여러 말사 행자님들의
위탁교육도 순조롭게
이루어지리라 본다.

오늘은 지객知客스님과
몇몇 선객禪客스님을 제외하고는
조용히 해제철을 보내는
선원 앞마당을 산책했다.
처음 이 원고를 시작한 며칠 전과
달리 봄기운이 완연했다.
선원 담장을 둘러싸 옹호하는
거목巨木들 가지 끝에
새순의 빛이 움터오르고,
녹은 눈 습기 머금어
흙색깔 고운 마당을 밟는데
문득 저 멀리 봄소식 등걸망진
마장마을 산봉우리가
두 눈에 들어오니
감격스러운 마음 모아 지극히
합장공경合掌恭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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