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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바보나몰랐을까? 무릇 천도라 함은 돌아가신 분들 의 명복을 빌고, 그분들을 극락세계 에 왕생토록 하고자 후손들이 부처 님의 대자대비 원력 속에 지극한 정 성을 얹어 각자의 조상들을 구원하 는 광명의 재라는 것을 불자들이라 면누구나알고있는것이다. 이처럼 알고 있으면서도 이것 재 고 저것 재고, 생각하고 알아보느라 선뜻 올려 드리지 못하는 불자들도 있고, 백중일에 맞추어 49일 동안 올리는 천도재와는 엄연히 다른 이 지극한 정성의 1029일 천도재가 열 리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올리는 불자도 있고, 나같이 불교가 무엇이 고 절이 어떤 곳인지조차 모르던 사 람이 인연이 닿아 동참하게 되고 비 로소배우는경우도있다. 나는 불교의 교리도 스님들의 세 계도 불자의 세계도 그 어느 것도 가까울 기회가 없었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는 무종교인으로서 크리 스마스 때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 하며 가까운 분들에게 카드 보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부활절에는 계란에 예쁜 그림을 그려 지구촌 어 디에선가 병든 몸의 완쾌를 빌어주 는 시간을 보냈고, 음력 사월 초파 일에는 부처님의 탄신을 기뻐하며 이웃이 가는 절에 함께 가서 참배 드리고 떡과 음식을 먹고 온 것이 모두이다. 길을 걷다가 스님이나 수녀님이 지나가시면 맑고 고움이 느껴져 어 느 집 앞 탁발하시는 스님의 경소리 가 들리면 조용히 지나드린 게 고작 이다. 오십이 넘어서도록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르고 살던 내가 우연이든 필 연이든 해인사 1029일 영가 천도재 에 동참하여 올리게 되었던 제1차 천도재부터 해인사와의 인연이 시 작되는데, 1차 천도재 때는 미국에 서 살고 있는 언니가 잠시 한국에 파견 근무를 나와 있는 동안 관광차 해인사에 들렀다가 천도재를 올렸 는데 얼마 후 본국으로 재발령이 났 다. 막내인 내게 회향일 까지 시간 나는 대로 가보라는 부탁을 하고 언 니는 미국으로 떠났다. 회향일 까지 사경한 경전을 소대로 이운하며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14_15 언니 대신 내가 정성을 들여야 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댁, 친정 다 올 리는 해인사 천도재에 바로 나의 할 아버지, 할머니, 아버지를 올려놓았 기때문이었다. 제1차 천도 회향일이 11월 초였 는데 그때는‘세민’주지스님이 계 셨었다. 그분이 회향하는 날 제2차 천도 입재를 말씀하시게 되었는데 나는 그때까지도 절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단어를 몰라 제대로 알아듣 지를못했었다. 세민 스님께서“여기 모인 모든 불자님들! 오늘 회향과 아울러 모두 2차 천도재에 입재하시길 바랍니다. 그러실 수 있죠?”라고 물으셨다. 그 때 나도 대중들 틈에 끼여 큰소리로 “예”라고 대답을 하게 되었는데 그 게바로2차천도3년간의언약을다 짐 받는 질문이셨고 나의 대답‘예’ 는 앞으로 3년 동안 다시 조상님들 의 극락왕생을 빌어드리겠다는 언 약의 답이었다. 회향과 입재라는 두 단어만 제대로 알았어도 그렇게 쉽 사리 큰소리 내어 언약을 올리지 못 했으리라. 내가 사는 곳과 가야산과 는아주먼거리이니까…. 그렇게 시작한 2차 천도도 정성 부족, 마음 부족 모든 것이 부족 그 자체인데 엄벙덤벙 지나가 버리고 1029일 중 이레만이 남아 있다. 어 쩌랴! 부족한 나를 어쩌랴. 자자손 손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위해 선조 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 놓은 팔만 대장경이 살아 숨쉬는 이 곳 해인 사! 법보종찰 해인사에서 각 전의 부처님의 품 안에서 우리네 조상님 들의 극락왕생 이루시고 살아 있는 우리에겐 부처님의 가르치심 끝없 이 주시온데 이토록 부족함 속에서 천도재가 마쳐지는구나! 눈덩이같 이 부풀어 오르는 후회와 부족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서운함에 가슴 이텅빈것같다. 아하! 해인과의 육년, 조상님들과 의 육년, 이 육년이 알게 모르게 나 를 많이 가르쳤구나. 나에게 너무나 큰것을주었구나. ‘조상님들이 묻혀 계신 곳이 편안 하신지, 그렇지 못하신지 혹시나 우 리네 정성이 부족하여 구천을 떠도 시는 게 아닌지? 이웃 어느 집 조상 은 배고파 죽겠으니 밥 달라고 꿈에 오신다는데 우리 조상님들은 넉넉 히 드시는지. 여름, 겨울 채비 차릴 옷은넉넉하신지.’ 이 모든 걱정 근심이 한 가지도 남아 있을 수 없던 것은 바로 1029 일영가천도재의그늘이었네. 이보다 더 큰 것을 내 어디 가서 구하고 얻을 것인가! 3차 천도재가 열린다니 부족한 정성 부족한 마음 까지 다시 한 번 정성 들여 소멸할 수만 있다면 부처님께서 주신 가피 중에대자대비가피가아니겠는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작년에떠나신오빠! 해인사 일주문이 가까워지면 한 분 한분 또박또박 부르면서 몇 마디 말씀올린다. “‘인’이가왔어요. ‘인’이 가요. 제3차 1029일 영가 천도재에 말이에요. ‘인’이가 극락 왕생 광명‘재’지내러 해인사에 왔 어요.” 아버지! 이렇게 그리워만 하던 아버지를 언니가 연 이어준 해인사 1029일영 가 천도재에 올려 드리고 나서는 나 도 모르게 며칠씩 잊어버리고 지나 다가 문득, “아버지! 어머! 며칠 동 안 아버지 생각을 안 했었네!”나도 놀란다. 서서히 아버지에 대한 그리 움과 생전에 무엇 하나 제대로 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부처님 전에 그리움 과 아쉬움을 마음 놓고 덜어 놓은 탓으로‘재’한번 지내면 지나간 거 리만큼‘평안’으로 잠자게 된 것이 다. 백방으로 정성을 다 하지 못하 여 아버지를 떠나시게 한 것 아닌가 싶어 헤 집어지던 딸아이의 고통을 부처님 전에 조금씩 조금씩 덜어놓 고 오면 부처님께서는 쉼 없이 덜어 놓고 간 보따리를 죄 풀어보시고 어 이없고 기 막혀도 돌아앉지 않으신 다. 뭐라고 뭐라고 소원하여 정성을 다해 빌면서 조상님들의 극락왕생 을 바라면 지그시 눈을 뜨신 채 근 엄히쳐다보고계신다. 재지내는날은장관이다. 모든 대중들이 각자 조상님들의 극락왕생을 바라며 정성을 다 하고 자 법당 안은 발 딛을 틈도 없이 가 득하다. 걸어서 한참 지나가야 하는 길고 긴 제상 위엔 온갖 과일과 떡 이 높이 차려져 풍성하다. 그뿐이 랴! 매주 깨끗이 목욕하시고 고운 옷 갈아입으시면 부처님 세계에 극 락왕생 이루시게끔 해인사 전 도량 안 기운이 차분히 숨을 쉰 대적광전 큰법당에서는 우리 모두의 조상님 들 함자가 적혀 있는 까만 책을 많 은 스님들께서 한 장 한 장 읽어 넘 어 가시고, 옛날 얘기 비슷한 내용 이 담긴 경인데 굉장히 엄청난 경으 로 이름이《관무량수경》이다. ‘노 전’스님께서 읽기 시작하면 모든 대 중들이 일제히 따라 읽는다. 때마다 정성스럽고 때마다 우렁차다. 그렇 게 울려퍼지는 경소리와 함께 대중 들 차례 지어 한 사람 한 사람씩 조 상님들께 잔 올리고 절 올린다. 나 는 항상 절을 올릴 때 큰절을 올렸 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시집간 언니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께 친정 오면 큰절을 올려봤 지만 나는 막내라 한껏 설날 세배만 올려 큰절을 단 한번도 올리지 못했 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길고 긴 제 사상에 잔을 올릴 때 얼른 작은 소 리로 말씀드린다. 높이 쌓아 올린 배를 쳐다보고 위패함 안쪽을 쳐다 보고“할아버지, 아버지! 배! 좋아 하시던 배 드세요.”할아버지, 아버 지 두 분께선 모두 과일 중에 시원 한 배를 가장 즐기셨다. 때문에 잔 올릴 때면 생전에 좋아하시던 배를 마음껏 넉넉히 드시고 가시라고 제 딴엔 빨리 신호를 보내는 턱이다. 매‘재’마다 이렇게 똑같이 하기를 반복하다가 이제는 이력이 나서 말 로써 신호를 보내지 않고 눈으로만 ‘위패함’쳐다보고‘배’쳐다보고 입술을 힘주어 꼭 다문다. 그리고는 빨리 돌아와서 경책 높이 들고 예불 때와는 달리 구천세계까지 울려퍼 지도록 큰소리로 또박 또박 외우고 큰일을 해낸 것처럼 씩씩한 모습으 로 자리를 정돈한다. 꼭해야 할 일 을 이제라도 하게 된 것이 고맙고 고마울뿐! 무엇이걱정이랴! 턱 밑에 바짝 붙어 젖 달라고 우 는 아가에게 젖 안 줄 어머니는 없 지않은가! 대자대비 부처님의 원력에 지성 으로 기도 올리면 삼천대천세계가 이어지고 사별로써 못 다 이룬 가슴 저린 마디들은 1029일 해인 천도재 에닿으면풀어질것을…. 16_17 사별의 아픔과 어려움을 겪는 많 은 분들에게‘천도의 답’을 드리고 싶다. 인이가 재 마치고 가는 길은 콧노 래가 흐르고 흥이 차 있다. 부처님 세계를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으 로 더듬거리다 떠나듯, 순서도 법도 없는 무법의 기도를 올렸듯, 어깨에 멘 빨간 배낭에는 멀리서 왔다가 멀 리 또 가야 하니 차 안에서 먹으라 고 자월행 보살님이 챙겨 넣으신 작 은 떡 봉지가 들어 있고, 떠나는 모 습 보고 낯익은 절 식구들이“잘가 요!”“이제 가세요?”인사 나눠 주 신다. 나는 밝게 웃으며 다음 재 때 뵈요! 그 밝음 반쪽은 내심 조상님 들께 경 읽어 드리고 잔 올리며 큰 절 했다고 큰 일 해놓고 가는 듯 우 쭐의경쾌다. 잠시, 흥흥거림을 멈추고 사천대 왕님께 소중히 절 올리고 일주문만 나서면 다시 콧노래에 혼자 좋아 씩 씩하다. 법보종찰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품 안에 조상님을 모시고 천도를 올 린 것이 이 세상 그 어느 대궐보다 도 가장 연휼한 대궐에 선조들을 모 신것같아혼자좋아‘흥흥’이다. 산길을 거의 다 내려오면 해인박 물관 넓은 광장에서 하늘을 쳐다보 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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