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이 아침에 우리 춤추자
어디 다시 흰옷입고 비나리하자
비록 망가진 가락 잃어버린 이름의 곡조이지만
이제 다시 뜨겁게 밀려오는 동해
붉게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 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북소리로 우렁차게 노래하자
오늘 노동은 없다 더 이상 빼앗길 것은 없다
차가운 대기 속 남루의 몰골들은
그러나 더 없이 힘차고 유연한 아리랑이다
참으로 피가 뜨겁고 눈빛 선연한 해방의 목숨들이다
이제 대지는 새로운 기운으로 술렁이고
제자리를 떠나버린 생명의 것들
결쭉걸쭉 제자리를 찾아 힘차게 돌아올 때
안타까운 이름이여 조국이여,
봉두난발 찢기고 일그러진 몰골로 저기
우리의 걸음결에 돌아오고 있다

우리 울지말고 춤추자
북소리 더욱 드높게 아리랑 고개를 넘자
끝끝내 우리의 이름인 조국이여
탈환의 곡조를 넘자
그리하여 두레마당에는 모닥불 자욱히 피우고
밤공기도 부드러운 처마끝에는
온갖 꽃등을 매달아
마침내 우리의 이름을 노래하자 조국이여,


우리는 누구인가
나는 최근에야 ꡐ조국ꡑ을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80년 이후 우리의 주요 관심사는
민족. 민중외 현실과 그 해방의 실현에 있었지만
웬지 나의 시에서는
ꡐ조국ꡑ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시의 형상화에 있어서 개념어의 사용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결국 그러한 기준은
전혀 근거없는 왜곡된 미학관의 반영일 뿐이었다.
서구 부르조아 문학에서는 그 주된 관심이
인간존재나 현실의 변증법적 인식에 있지 않고
사물의 관념적 미화에 치중하는 데에 있는 까닭으로
묘사나 이미지 처리에 치중할 뿐
구체적인 존재의 양태나 좀더 나은 세계를 향한
실천적 지향으로서의 상상력의 역사화,
동력화를 외면해 왔다.
이제 제3 세계의 민중의 처지에 선 시와 문학,
그리고 종교는 달라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까지의 우리의 시작 태도는 달라져야 한다.
앞서의 고식적 태도야말로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자의
지배 논리에 길들여졌던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대지를 붉게 적시며 달려오는 새해 동해 앞에서
우리 해방의 목소리를 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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