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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홍보 매체의 역할 중에서 가장 먼저 손꼽아야 할 것은 포교 측면이다. 모든 불교 홍보 매체는 불교 교리, 스님 설법, 신행 상담들을 소속 회원이나 불특정 불자들에게 들려주거나 보여주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비록 같은 홍보 매체라도 신문과 방송, 그리고 잡지 등 그 매체의 형태에 따라서 중점을 두어야 하는 측면이 조금씩 다르다고 본다. 방송이나 신문, 그리고 잡지는 ‘사보寺報’에 비해서 언론의 역할이 증대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보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 신행이나 문서포교 기능이 강조되어야 한다. 물론 다른 매체들도 일차 목표로 하는 ‘포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만, 상대적으로 사보류에 비하면 언론 부문을 더 중심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먼저 사보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 보자. 교계에서 발행되는 인쇄 매체로는 신문과 잡지, 그리고 사보와 회보류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사보라고 지칭되는 것은 조금 분류가 애매하긴 하지만 ‘사찰에서 소속 신도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인쇄물’이라고 정리된다. 사찰에서 발행하더라도 정기적이 아니거나 사찰 내의 신행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회보’ 류는 이 글에서 제외시켰다. 특히 사찰에서 발행하긴 하지만 이미 구독 대상이 사찰 신도의 범위를 벗어나 일반 불자들에게까지 확산된 ‘잡지화한 사보’는 이 글에서 언급 대상에 들지 않음을 밝힌다.「해인」「정토」「불광」「금강」「법륜」들이 그것인데, 이들은 사보에 포함시키기에는 편집이나 기사 내용이 오히려 잡지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더 적당할 듯해서다.
전국 백여 개 사찰에서 발행되는 사보의 역할과 기능
사보가 발행되기 시작한 연도는 80년대 초반으로 보인다. 당시 문서포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시점에서 몇몇 사찰 스님들에 의해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하여 문서포교의 한 분야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 때 발행된 문서포교의 선두 주자들이 다름 아닌「등불」(통도사)「약수법보」(약수암)「수국사보」(수국사)「불일회보」(송광사)「석왕사보」(석왕사)「능인선원」(능인선원) 등이다. 이때의 사보들은 주로 사찰의 법회 안내, 스님 법문, 회원 동정 등 단순한 소식성 기사들을 주 내용으로 발간됐다. 그리고 ‘소식 안내지’ 정도의 개념으로 발행되던 사보들이 신도들의 반응이 좋아 점차 내용이 보강되면서 간단한 불교 교리와 상식, 그리고 신도들이 참여하는 신행담, 수필이나 시 들을 첨가하여 모름지기 ‘문서포교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 문서포교지의 성격의 사보들이 방대한 신도 조직의 효율적인 관리라든지 신도들에게 소속감을 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자 재정이 비교적 넉넉한 다른 사찰들에서도 차츰 사보 발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뒤를 이어 80년대 중반부터 발간된「구룡사보」(구룡사 포교당)「공덕향」(공덕원)「금정」(범어사)「구암」(구암사)「화엄」(화엄사)「동학」(동학사 승가대학)「화엄세계」(사천왕사) 들이 이에 속한다.
현대식 포교 방법을 강구하던 불교계가 서서히 문서포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이 사보를 발행하는 사찰들은 대부분 포교를 최대의 사명으로 생각하는 깨어 있는 스님, 의욕적인 스님들에 의해 운영된다.
90년에 들어서면서 사보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때 나타난 특징은 엇비슷한 내용으로 ‘그게 그것’ 같던 사보들이 자체적으로 색채를 띠고 특색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여수와 여천 지방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취지로 발간된「흥국」(흥국사)가 이 시기에 창간된 대표적인 사보다.「금강법보」(금강정사)「혜원정사보」(혜원정사)「연주암보」(연주암) 등도 비슷한 시기에 사보 계열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사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최근 들어서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소리도 일기 시작했다.
올 한 해만 해도 「봉은」(봉은사)과「선원」(선학원) 등이 창간 또는 복간되면서 사보를 발행하는 사찰이 전국 백여 개 사찰로 늘어났다. 이 숫자는 계간 이상의 횟수와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네 쪽 이상, 사륙배판 판형으로는 여덟 쪽 이상의 규모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밖에 작은 것들까지 합하면 일백오십 종 이상이 넘는다는 설도 있다.
과연 모든 것이 열악하고 빈약한 불교계 형편에 이만큼 많은 사보가 꼭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그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긍정하는 측면과 부정하는 측면 모두 이유가 있다.
사보 발행인의 의지가 표면으로 대두되고, 지나친 열기로 ‘남이 하니까 나도 질세라’ 하는 건 옳지 않다는 비난들도 뒤따랐다.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도 못하고 다른 사보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사보를 귀한 삼보정재를 써 가면서까지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힘을 합쳐 번듯한 잡지 한 권 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얘기들도 있었다.
특히 교계에서 꽤 괜찮은 잡지로 평을 받던「현대불교」를 인수한 봉은사에서 처음 약속과는 달리「현대불교」를 폐간하고「봉은」을 발행하자 ‘꼭 그래야만 하느냐’는 비난도 일었다.
그러나 단순한 소식지라도 ‘우리 사보’를 가져야겠다는 의식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정기 일요 법회를 보는 사찰이 늘어나고 관리해야 할 신도들도 많아지면서 하나하나 면대면面對面이 어려운 형편에 사보를 통해 법회를 알리고 행사를 안내하는 것은 그만큼 편리한 방법이라는 의식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신도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어쩌다 법회에 빠지더라도 집으로 배달되는 사보를 보면 그날 설했던 법문 내용이나 다음 주 행사 등을 소상하게 알 수 있어서 사보는 현대인들의 취향에도 잘 맞고 ‘우리 절’이란 소속감도 갖게 해 준다. 또한 딱딱하고 지루한 경전을 하염없이 읽기보다는 간결하게 정리한 토막 불교 상식, 경전 해석 등이 불교를 이해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므로 사보는 사찰과 신도 양쪽에서 대체로 환영받는 ‘상호 교류의 장’으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신도 참여란 늘려 일체감 형성
이제 사보는 사찰을 운영하는 스님들이나 신도들에게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로 부각되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특색이 정립되어 가고 있으며 이미 뚜렷하게 색깔을 갖고 있는 사보도 눈에 띤다.
그 가운데 일차적인 변화가 신도들의 참여란이다. 사천왕사에서 발행하는「화엄세계」와 약수암에서 발행하는「약수법보」는 그 가운데 대표적이다.「화엄세계」의 경우 사찰 내에 조직되어 있는 ‘문학회’ 모임 신도들이 돌아가며 습작 겸 신행담이나 수필, 시 들을 발표해 신도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있다.「약수법보」도 중고생 불자들의 문학 작품을 시와 함께 참여해서 만든다는 공동 의식을 심어 주는 좋은 보기가 된다. 이처럼 사보에 신도들의 목소리를 담아 내려는 노력이 편집인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새로운 사보의 경향이다.
앞서 말한「흥국」(흥국사)의 경우는 이보다 참여 대상이 좀더 확산된 사보다. 불교 문화가 곧 민족 문화임을 의심치 않는다는 진옥스님(「흥국」창간 실무자, 전 흥국사 총무)은 여수와 여천 지방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불교 문화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 문화면 무엇이든지 소개하고 필자도 다른 종교인에 관계없이 개방한 모범적인 보기다. 그 결과「흥국」지는 창간 일 년도 채 안 되서 사보를 넘어서서 지역 언론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와는 방향이 조금 다르지만 한마음 선원의「한마음」도 특색있는 사보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달마다 일만 부 이상을 찍는 이 사보는 한 면을 언제나 원장 스님인 대행스님의 법문으로 채운다. 스님의 법문은 달마다 체계적으로 진행되며 어떤 경전이나 교리서와는 달리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한 법문이기 때문에 신도들의 신행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문서포교지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대표적인 보기라고 할 수 있다.
「선원」과「구룡」도 사보 가운데 돋보이는 존재이다. ‘선 생활의 교양지’임을 내세워 사실상 사보의 격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선원」은 다른 사보와는 성격이 뚜렷하게 구별된다. 선학원이라는 사찰의 특징을 훌륭하게 살려서 선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선 도량에서 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들을 위해서 현대에서 바라보는 선이라든지 선을 생활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발행되고 있다. 또한「구룡」도 구룡사 내에 한정된 내용만이 아니라 교계 전체의 문제까지 대상으로 삼아서 잡지에 필적할 만한 사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밖에 통권 130호를 넘긴 통도사의「등불」, 커피자판기 수입으로 동학사 승가대 비구니 스님들이 만드는「동학」등도 전통 사찰이며 강원이 있는 점을 충분히 살린 썩 좋은 사보로 꼽힌다. 학인 스님들의 날카로운 논문과 서정적인 문학 작품들을 골고루 담고 있으며 편집 또한 잡지에 뒤지지 않을 만큼 세련되어서 눈길을 끄는 사보다.
사찰 특성과 편집 전문성, 세분화가 관건
교계 출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달마다 쏟아져 나오는 사보 수량이 약 오십만 부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내용에도 점진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로 스님의 법문이나 교리, 나아가 신도들의 직접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내용이 풍부해지는 추세다. 그로 인해서 구독 대상도 사찰 소속 신도는 물론 지역 내 불자나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되었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교계 소식이나 교계의 현안 문제들에 대한 비판도 다루면서 불자들의 시야를 넓혀 주고 비판 능력도 길러 주며 언론으로서 역할도 수행해 가는 추세다. 곧 단순한 소식지에서 신심을 고취시켜 주는 문서포교지, 그리고 더 나아가 불교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비판 시각을 갖게 해 주는 언론지로 도약하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과정으로서 불교의 지평을 넓혀 주는 좋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보들은 아직 도 어정쩡한 채로 발행 사찰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법회 안내나 신도들 동향을 실을 뿐 나머지는 다른 사보나 잡지에 나온 기획이나 필진들을 그대로 싣고 있어서 재정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보는 일반 교계 신문이나 잡지에 비해 사찰 소재 지역 주변의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색이 있다. 그러므로 작게는 사찰 지역을 대상으로 한 포교지이지만 크게는 그 지역 전체를 담당하는 언론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이는 특히 전통 사찰의 사보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사찰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사보여야 한다는 점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이미 언급했던「동학」이나「등불」그리고「선원」「불일회보」등도 이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모범 답안이다.
사보가 교계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지 이제 어언 십여 년이 된다. 그 동안 많은 재정 부담으로 폐간이나 휴간된 사보들도 있다. 89년 말까지 타블로이드 판형으로서 오만 부씩 발행되던「수국사보」, 마곡사에서 발행되던「태화」들의 휴간도 이런 맥락에 들어 있다. 거의 무가지無價紙로서 구독료 수입이 없으므로 대부분을 보시금이나 사찰의 지원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전문적으로 사보를 기획하고 편집할 인력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게 당연하다. 내부에 원고를 작성하거나 취재할 인력이 없으므로 편집 대행사에 위탁하게 되고 그런 만큼 신도들에 대한 애착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이 사보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무조건 이름내기 식으로경쟁하듯 창간했다가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미련없이 폐간해 버리는, 무책임한 발행 자세도 지양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다. 이런 풍토에서 담당 인력들이 전문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보가 불교의 한 언론 매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이처럼 많다. 그러므로 사보가 많이 생겨난다고 해서 무조건 반길 수만은 없다. ‘포교 사업’ 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때 사보도 어엿한 불교 언론 매체의 하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사찰과 지역의 특성을 살린 짬지고 알찬 사보가 늘어날 때 문서포교지로서, 더 나아가 언론지로서 사보의 위치가 뚜렷해지고 그런 역할이 증대되면 불교계 언론과 출판의 활성화도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그것이 곧 불교의 발전이고 활성화로 직결되는 건 두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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