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토끼풀, 개망초, 애기똥풀…… 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샛길을 따라 올라가니 찔레꽃 하얗게 핀 언덕 사이로 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달려나와 반갑게 손을 잡습니다. 솔밭길에 들어섰습니다. 어디선가 솔바람이 불어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합니다. 그 길 끝에서 작은 집을 만났습니다. 집 주위는 나무와 꽃들로 둘러싸여 있고 물과 바람소리가 사람의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습니다. 맑고 깊은 미소를 지닌 산인이 나를 맞이하여 줍니다. 아침이면 새들의 노랫소리에 눈을 뜨고 낮에는 물소리를 벗삼아 논밭을 갈며 밤이면 뜰안에 달과 별을 들여놓고 차를 즐기는 사람이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 한가로운 이 삶이여, 시비에 오를 이 없거니 한 개의 향을 사르며 그 향기에 취하네. 졸다 깨면 차茶가 있고 배 고프면 밥이 있나니 걸으면서 물을 보고, 앉아서 구름을 보네.중국 선사의 시를 떠오르게 하는 삶의 정취입니다. 이리저리 곁눈질하며 집 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지니고 살아가기보다 버리고 살아가는 듯 단출한 살림살이가 그를 담백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무위자연無爲自然 속에서 사는 선자禪者의 여유로운 삶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외롭지 않으세요?” “외로움도 즐겨야죠. 즐겁습니다.” 웃음 띤 얼굴에서 나무와 꽃을 닮은 향기가 났습니다. 공허한 도심의 생활 나는 자주 텅 빈 충만 안에서 쉴 수 있었던 그곳의 넉넉한 품을 그리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