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 구도의 길 ⑩승열 바라문-선지식의 말을 결코 의심하지 말아라

선재동자는 비목구사 신선께서 설하신 무승당이라는 보살의 법문 지혜에 비친 고로, 부사의한 부처님의 신통과 보살의 해탈에 마음을 머물면서,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바라문이란 인도의 계급 가운데에서도 최고위 승려의 한 사람이다. 필시 덕이 높은 분일 것이다.
선재동자는 부푼 가슴으로 이사나국에 도착하여 승열 바라문을 찾았더니, 큰 산의 기암절벽에서 격심한 고행을 닦고 계신 것이 아닌가. 그 절벽은 칼날로 깎아지른 듯 가파르고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또 바라문의 사면 주위에는 불무더기가 큰 산과 같이 높이 타오르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험악한 산을 올라, 바라문에게 다가가 합장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기 위하여 발심하였습니다. 부디 저에게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고 닦아야 할지 말씀하여 주십시오.󰡓
선재동자가 멀리서 찾아온 까닭을 알리니, 바라문은 말이 끝나자마자, 󰡒착한 이여, 이 칼산 위에 올라, 불무더기에 몸을 던져라. 그러면 너의 보살행은 즉시에 청정하여지리라󰡓라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 이 세상에서 사람의 몸 얻기 어렵고, 불법 듣기 어렵고, 부처님 만나보기 어렵고, 참된 선지식 만나기 어렵고, 어느 것이나 얻기 어려운 것인데…. 만약 불무더기에 몸을 던져버린다면, 모든 것이 끝이다. 이 바라문은 나의 목숨을 끊기 위해 나타난 마구니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때에 허공에서 무엇인가 소리가 들려왔다. 범천들이었다.
󰡒착한 이여, 그런 의심을 하지 말아라. 이 거룩한 이는 금강 불꽃 삼매 광명을 얻었고, 모든 중생들의 욕망을 없애기 위해 출현하고, 모든 번뇌와 업의 섶을 남김없이 태우기 위해 나섰고, 일체의 법 광명을 놓기 위해 수행 정진하고 있다.
착한 이여, 세상의 창조주이며 모든 세계의 중생 가운데에서도 최상자라고 자부하고 있는 우리들조차도, 그가 유례없는 격심한 고행을 닦고 있는 것을 알고 이 바라문의 처소에 왔다. 그는 우리들을 신통력으로 압도하여, 일체 옳지 못한 견해와 들뜬 마음을 없애고, 일체 중생들에게 대자대비를 편만시키고, 광대한 보리심을 내게 하기 위해 우리들에게 법을 설하는 것이다.󰡓
범천들의 소리에 이어서, 이번에는 타화자재천의 음성이 들려왔다. 역시 승열 바라문의 공덕을 칭송하는 것이었다. 거듭 화락천에 이어서 도솔천이 와서 바라문을 공양하고, 선재동자에게 그의 법력을 칭송했다. 그 밖의 다른 제천들도 차례차례로 와서 바라문을 찬미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크게 기뻐 환희심이 넘쳤다.
바라문은 선재동자에게 노래하듯이, 󰡒가르쳐준 대로, 일심으로 마음을 모아 선지식의 말에 의심을 품지 않는 보살에게는 모든 길상한 일들이 성취된다. 그리고 순조롭게 불지를 깨닫는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선재동자는 기암절벽을 향해 험한 산길을 올랐다. 산꼭대기에 이르자, 즉시 불무더기에 몸을 던졌다. 그러자 부사의하게도 편안하고 즐거움이 느껴졌다. 이때 선재동자는 땅에 내려가는 중간에서 보살의 잘 머무는 선주 삼매를 얻었고, 또한 몸이 불꽃에 닿자마자, 보살의 고요하고 즐거운 적정락 신통 삼매를 얻었다. 승열 바라문은 말했다.
󰡒착한 이여, 나는 오직 보살의 다함없는 바퀴해탈을 얻었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번뇌와 옳지못한 견해를 다 태워버리려고, 불퇴전의 기치를 내걸고, 불퇴전의 개위를 몸에 걸친 보살들의 행에 대해서는 내가 어찌 알며 설하겠는가. 착한 이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사자분신이라는 성이 있고, 그 성 안에 자행이라는 왕녀가 있다. 그녀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 물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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